시장금리 하락속도와 달리 대출금리가 느리게 떨어진 배경에는 은행들이 최근 가산금리를 올린 것이 있다. 은행들은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부실 위험이 높아져 가산금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금리(고정·변동금리)는 평균 4.988%로 전월 대비 0.3%포인트(p) 내렸다.

대출금리는 조달금리(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인 가감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조달금리는 전월 대비 0.128%p 떨어졌고 가감조정금리는 0.214%p 올랐다. 반면 가산금리는 같은 기간 0.042%p 상승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리스크 프리미엄, 목표 이익률 등을 고려해 책정한다.

시장금리가 오를 때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높이곤 한다. 돈을 떼일 위험이 높아져서다. 실제 지난해 11월 5대 은행의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5.452%로, 전월 대비 0.144%p 올랐다. 조달금리와 가산금리가 올라서인데 특히 가산금리가 전달보다 0.154%p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은행이 올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가산금리는 은행이 짊어져야 하는 위험도 고려해 정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5%로, 전년 같은 기간(0.21%) 대비 0.04%p 오르는 등 부실이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자금 조달 구조 때문에 가산금리가 자연스레 오른 측면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 비중이 큰 은행은 은행채 금리가 오를 때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조달금리 사이에 괴리가 커지는데, 가산금리를 올려 이를 보전한다"며 "조달 경로별 자금에 붙는 가산금리도 달라서 어떤 자금이 많이 취급됐냐에 따라 가산금리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 비용 등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여부는 결국 은행의 선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인상 외 비용을 분산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 영업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며 "대출을 더 늘릴 필요가 없을 때는 가산금리를 올려 디마케팅에 나서기도 한다"고 했다.

임문선 기자  moonsun96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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