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다툰 뒤 홧김에 아파트에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80대 치매 노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옥희)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기소된 80대 남성 A씨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아내와 다툰 뒤 라이터로 이불과 성인용 기저귀 등에 불을 붙여 거실과 주방, 안방 등 집안 곳곳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치매를 앓고 있는 A씨는 아내가 정상적인 사리판단을 못하고 폭력적인 행동까지 하는 것을 다그치자 말다툼을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아파트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불과 기저귀, 의자 등이 타고 아파트 바닥과 천장의 일부가 그을렸다.

재판부는 “방화범죄는 공공의 안전과 평온을 해치고 범죄로, 특히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의 방화행위는 자칫 심각한 인명피해와 재산상 피해가 초래될 위험이 있어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다행히 사건 범행이 미수에 그쳐 주위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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