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치료시설에서 숨진 장애아동의 아버지가 지난 13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장애아동에게 이런 죽음 없었으면"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이미 갔지만 다시는 장애아동에게 이런 죽음이 없기를 바랍니다.”

지난 13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는 9살 된 아이를 먼저 저 세상에 보낸 아버지의 나지막하지만 비통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아버지는 발달장애 아들의 놀이ㆍ심리치료를 위해 대구에 위치한 한 사설치료실에 보냈다가 치료실 원장이 아이가 과잉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손과 발을 결박해 재워 다음날인 지난 4일 아침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는 참사를 당했다. 

당시 아이는 치료실이 지난 해 12월 31일부터 개최한 겨울캠프에 참가 중이었다.

이 모 군의 아버지는 “이번 일이 생기고 보니 장애아동의 복지를 위한 관련법이 전혀 없더라”며 “복지부 장관님께 법을 만들어달라고 꼭 부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주위에서 ‘여기가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치료실을 4년 동안 다녔다”며 “지방에는 이 치료실처럼 아이상태에 따른 부모 상담을 잘 해 주는 곳이 없어서 그래도 믿고 보냈는데 어떻게 아이의 손과 발을 묶을 수가 있나”고 분노했다.

그는 “그동안 치료사 자격과 치료실 인허가 등 관련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내가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며 아연실색했다.

이모 군의 아버지는 “죄를 졌으면 처벌을 받아야 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한편 사망한 이모군의 경찰 부검 결과 경추탈골에 의한 척추손상이 사인으로 밝혀졌으며 치료실 원장의 이모군 결박 행위가 사망에 상당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 날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대한 보건복지가족부의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장애아동 복지전반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이모군이 다니던 치료실은 개인사업자 등록만 한 곳으로 관련법령인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상 등록을 하지 않아 그동안 단 한 번도 관리 감독을 받지 않았으며 치료사들도 민간단체에서 발급한 자격증만 소지하고 있었다.

또 부모연대는 “학원법은 일반학원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장애아동재활치료실이 준수해야 할 안전기준, 치료서비스 질, 표준단가 등 운영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며 “학원법상 등록을 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애아동재활치료 및 장애인복지에 전문성이 없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아닌 장애인복지를 총괄하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장애아동재활치료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지난 2008년부터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대한 공적 지원의 필요성에 따라 장애아동재활치료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바우처 공급에 따라 사설치료실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관리체계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부모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장애아동에게 적절한 복지서비스 기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많은 장애아동 부모들은 자비를 들여 검증되지 않은 사설치료실, 미인가서비스기관 등에 아이들을 맡겨야 한다”며 “돈은 돈대로 들고, 아이들은 골병 들고, 부모들은 등골이 휜다”고 개탄했다.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 장애로 인한 학습부진을 보충키 위한 학습지원 이외에도 심리ㆍ정서ㆍ행동 등에 대한 재활치료지원, 의료적 지원, 여가ㆍ문화서비스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더이상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없다”고 못박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지역 부모연대 대표자는 “이모군 사건이 발생한 치료실의 경우 치료 한 회당 5만원의 치료비를 받았다”며 “5만원이 어떤 기준으로 책정된 것인가”, “더 이상 사설치료실의 돈벌이에 우리 아이들이 이용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복지부는 사설치료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후속작업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사설치료실 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또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모연대는 치료실 원장이 장애아동을 결박한 채 방치한 것은 아동학대 및 인권유린이라며 지난 6일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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