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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의 교정재범예측지표 개선 권고에 대한 논평
조시훈 기자 | 승인 2023.07.12 12:40

5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정재범예측지표(CO-REPI)의 ‘동거횟수’, ‘학력’ 등 사회인구학적 문항은 고정된 평가요소가 아닌, 사례관리형 문항으로 변경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 우리 위원회는 이번 권고가 그동안 차별적이고 부적정한 평가 항목으로 수형자의 재범 가능성을 단정하고 처우와 가석방에서 구체적인 불이익을 가했던 교정재범예측지표를 개선할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법무부 예규인 ‘분류처우 업무지침’ 제75조는 재범위험성 평가방법으로 신입평가와 부정기평가에서는 ‘교정재범예측지표(신입심사)’를, 정기평가에서는 ‘교정재범예측지표(재심사)’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신입심사 결과에 따라 교정재범예측지표 등급은 △REPI-1(0~6점) △REPI-2(7~10점) △REPI-3(11~16점) △REPI-4(17~21점) △REPI-5(22점이상)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재심사는 형기 3분의 2를 마쳤을 때 실시되는데, 재범가능성을 △낮음(9점 이하) △보통(10~12점) △높음(13~15점) △매우 높음(16점 이상)으로 평가한 후 “낮음”과 “보통”의 경우 교정재범예측지표 등급을 상향 조정 가능하도록 하고 “높음”과 “매우 높음”의 경우 등급을 현등급 유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 박 아무개 씨는 2013년 3월 시행된 최초 심사에서 ‘REPI-3’ 등급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다른 교도소로 이송된 후 2021년 2월 직원과의 면담 과정에서 자신의 등급이 ‘REPI-4’임을 알게 되었다. 2013년 9월 소측에서 징벌횟수 8회를 2회로 적용한 오류를 발견하고 ‘REPI-4’ 등급으로 바로잡았음을 7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2021년 5월 우리 위원회는 피해자가 지표 중 차별적이고 부적정한 평가 항목으로 인해 재범위험성 평가에서 부당한 등급을 부여 받았고 이에 따라 처우와 가석방 심사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았으며, 지표 채점의 세부 사항 및 결정된 등급에 대한 알권리가 침해되었고 등급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기회도 갖지 못했다며 법무부장관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2022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 원인이 발생한지 1년 이상 경과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위 진정을 각하하면서, 이 사건을 정책부서로 이관하여 교정재범예측지표를 분류처우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의 타당성 및 교정재범예측지표의 적정성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권고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인구학적 요인을 재범 유발 요인으로 보아 재범 위험성과 등치시키는 현행 교정재범예측지표의 해당 문항들은, 불가역적인 개인 속성을 요인으로 하여 해당 수형자의 처우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사회적 차별을 강화하며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할 소지가 있다”며 “해당 문항들이 재범 위험성을 유의하게 예측하지 않는다고 분석된 바도 있어, 해당 문항들을 이용한 재범 위험성 평가가 인권적인 측면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교정재범예측지표 중 ‘범죄시 직업’ 항목의 경우 △일용근로자 외의 직업은 0점 △일용근로자는 1점 △무직은 2점으로 채점되어, 무직자나 일용근로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 등 범죄의 유형이 다양함을 고려하면 직업의 유무 또는 직업의 안정성이 재범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지표는 형사처벌에 따른 해고와 경력 단절, 전과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이 직업에 대한 이들의 접근을 가로막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입소전 경제상태’ 항목의 경우 △매우 어려움은 1점 △그 외의 경우는 0점으로 채점되고, ‘입소전 거주상태’ 항목의 경우 △노숙, 보호시설은 2점 △주택외 시설은 1점 △그 외 거주지는 0점으로 채점된다. 이는 가난한 사람과 노숙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과 노인 등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 비해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강화한다. 가난한 사람의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항목은 범죄를 회피하려는 당사자의 의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경제적 상황을 근거로 가난한 사람 일반에 대해 범죄의 가능성이 높다고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빈곤의 범죄화’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학력’ 항목의 경우 △중졸 이하는 1점 △고등학교 이상은 0점으로 채점되어, 중졸 이하의 학력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는 학력이 중졸 이하인 수형자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범죄의 가능성이 높다고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학력에 따른 차별에 해당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교육기본법」 개정으로 중등교육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현행과 같이 중졸 이하와 고등학교 이상으로만 구분하는 학력 문항은 변별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졸 이하 등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을 보유한 수형자에 대한 차별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거횟수’ 항목의 경우 △0~1회는 0점 △2회는 1점 △3회 이상은 2점으로 채점되어, 동거횟수가 많을 경우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변화하는 시대상 속에서 동거 여부는 지지체계를 구성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재범을 억제하는 외부 요소로 평가되기도 한다”며 “동거횟수 항목은 동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 및 가족상황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차별적 평가 요소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동거 횟수가 많을수록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은 그 합리적 근거가 무엇인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다.

‘학창시절(18세이하) 처벌경험’ 항목의 경우 △처벌 경험이 있으면 1점 △없으면 0점으로 채점되어, 18세 이하일 때 처벌 경험이 있으면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또한 ‘최초 형확정 연령대(본범포함)’ 항목의 경우 △10대는 2점 △20대는 1점 △30대이상은 0점으로 채점되어, 10대 시기에 처벌 경험이 있으면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는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로 인하여 소년이 자포자기에 빠지지 않도록 공무원 임용 등 사회 진출에 제약을 가하지 않고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공무원 임용 등에서 자격제한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소년법 제67조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또한 당사자의 현재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18세 이하일 때 처벌 경험을 재범위험성 평가에 활용하는 것은 형 집행 종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을 실효하도록 하여 전과자의 사회복귀를 보장하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정신병원 치료경력(필요성)’ 항목의 경우 △있으면 1점 △없으면 0점으로 채점된다. 재범위험성 심사를 의사가 아니라 교도관이 하는 이상, 이 항목은 정신병원 치료의 필요성 보다는 과거 정신병원 치료경력에 따라 채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18년 7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범죄율(0.136%)은 전체 범죄율(3.9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며, 강력범죄율(0.014%) 역시 전체 강력범죄율(0.06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범죄행위에 이른 경우로 한정하여 치료 프로그램 참여 정도와 치료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신병원 치료경력을 지표에 포함하는 것은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기본이념과도 어긋난다. 또한 정신병원 치료경력을 재범위험성의 지표로 삼다보니 당사자들이 정신병원 치료를 기피하게 되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 방치될 위험도 있다. 정신병원 치료경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있는 것은 ‘병력(病歷)’에 따른 차별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확대할 위험이 있다.

한편, 우리 위원회는 이번 권고에 당사자의 알권리 보장과 불복 기회 제공을 위한 서면 통지 등의 절차 개선 사항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납득할 수 없다. 이 사건 피해자는 7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등급이 바뀌었음을 알았고 그제야 진정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도 국가인권위원회는 1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했다. 또한 이번 권고에서도 당사자로 하여금 진정 기한을 지킬 수 없도록 만든 제도의 결함에는 침묵했다. 공개된 형집행법령에는 △결정 전 사전 통지 절차 △이에 따른 이의신청 등 의견의 청취 절차 △결정의 이유 제시 △결정의 고지 등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분류처우 업무지침’ 제76조에서 “소장은 수형자의 재범위험성 평가방법은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수형자가 자신의 등급을 알고자 하는 때에는 본인에 한해서 판정된 또는 변경된 등급을 알려줄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수형자가 자신의 등급을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 요청하지 않는다면, 소장에게는 등급을 알려줄 의무도 없는 것이다.

행정절차법은 △처분의 사전 통지(제21조) △의견청취(제22조) △처분의 이유 제시(제23조) △고지(제26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절차법은 “형사(刑事), 행형(行刑) 및 보안처분 관계 법령에 따라 행하는 사항”(제3조 제2항 제6호)에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정 관련 행정청의 처분은 형집행법에 따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처분의 사전 통지 등을 생략할 수 있는 실정이다. 재범위험성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려면 세부 평가 기법의 노출을 피할 필요성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반에 공개되어 있는 교정재범예측지표의 각 평가 항목별 점수의 경우 새로운 노출 우려가 없다. 재범위험성 평가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등급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항목별 점수 등을 당사자에게 공개하고 이에 대해 이의신청 등 불복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수형자 본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등급과 등급 결정의 이유, 그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를 구두가 아니라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형집행법령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2021년 4월 법무부는 재범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교정재범예측지표의 측정 항목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후 무엇을 개선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법무부는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계기로 교정재범예측지표의 차별적이고 부적정한 항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위원회는 재범위험성을 예측하기 위해 통계 등 과학적 도구를 발전시키더라도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미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함을 강조한다. 재범위험성 예측은 형기 종료 전 교정시설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므로 석방 이후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에는 분석의 근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재범가능성이란 결국 범죄의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범죄의 요인이 개인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 등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당사자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재범위험성 예측 도구를 마냥 신뢰하기는 어렵다.

재범위험성 예측 도구는 범죄로부터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근본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평가자의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예측 오류에 따른 사회적 비난을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 실제로는 재범위험성이 낮은 대상자도 그 위험성을 높게 평가할 위험이 있다. 한편, 재사회화라는 교정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정시설이 수형자에게 재사회화의 조건을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자발적인 협력도 이끌어 내야 한다. 교정당국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재범위험성 예측 결과를 근거로 당사자에게 구체적인 불이익을 준다면, 당사자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어 재사회화라는 교정의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 재범위험성 예측 도구를 고도화하기 보다는 시민이 재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3년 7월 12일

천주교인권위원회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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