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여중생을 성폭행한 고교생 16명이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무죄판결인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파문이 일고 있다.

27일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 소년1단독은 지적장애를 가진 10대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된 A(17)군 등 고교생 16명에게 소년보호처분 1호, 2호, 4호를 내렸다고 밝혔다.

소년법상 보호처분 1호는 6개월 범위에서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를 위탁하는 것이며 2호는 100시간 이하의 수강명령, 4호는 보호관찰 1년이다.

‘대전 지적장애여성 집단성폭행 처벌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사회정의를 무너뜨린 판결이며, 유전무죄를 재확인하게 하는 절망의 판결”이라며 분노했다.

공대위는 “보호처분 1호는 보호자에게 감호를 위탁한다는 것인데, 그냥 집에 보낸다는 말을 그럴 듯하게 표현한 것 뿐”이라며 “무죄판결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로 힘 없는 장애인을 괴롭히거나 성폭행을 해도 부모의 재력과 능력만 있으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법원이 최소한 사건을 주도한 가해자들을 형사법원으로 재송치하거나 소년법정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처벌을 했었어야 했다. 법원이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는커녕 솜방망이 처벌로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내 줬다”고 질타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영화 ‘도가니’로 장애인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청소년 가해자들은 소년법으로 빠져나가기만 하면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된다”며 “학령기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소년법이 처벌을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소년부 판결에 대해 피해자 측이 항소할 수 없는 시스템도 문제다. 소년법 등 대대적 손질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성폭행 뿐 아니라 집단따돌림 등 청소년범죄 심각하지만 우리 사회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전시청과 교육청에 성폭력 피해자 쉼터 확충, 청소년 인권교육 강화 등 요청했으며 지적장애인 보호시스템 마련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5월 대전에서 지적장애여중생 1명을 16명의 남자 고등학생이 약 한 달에 걸쳐 집단 성폭행한 이 사건에 대해 대전지법은 지난 2월 ‘가해자들이 청소년이고 죄를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 아래 가해청소년들을 보호한다’며 가정법원으로 전원 송치했으며 이 과정에서 가해자와 이들의 보호자들은 피해자가 장애인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가해자들이 수험생인 점을 감안, 선고일을 12월27일로 미뤘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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