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최경자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회장은 복지회 창립멤버로 발을 디뎌 34년간 활동해온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터주대감이다.

최 회장은 뇌성마비장애를 안고 태어난 딸 안상희(41) 씨를 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사무관)으로 키워낸 어머니이다. 물론 안상희 씨도 학창시절 오뚜기축제 참가자이기도 하다.

뇌성마비복지회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돕는 사단법인체로 뇌성마비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유일 뇌성마비복지단체이다.최경자 회장이 뇌성마비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딸 때문이다.

"뇌성마비장를 가진 딸 곁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복지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지만 누구 못지않게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뇌성마비 2급인 딸 안상희씨는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5급 연구원 공채에 합격해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안 사무관은 미국 유학을 가 교육학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그 당시만 해도 국내 대학에 뇌성마비장애인이 입학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들어  삼수 끝에 어렵게 들어간 사회복지학과에서 마저 공부하기가 쉽지 않아, 졸업하자마자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을 가서도 안상희 씨는 처음에는 강의를 알아듣지 못 해 어려움을 겪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오늘의 자리에 서게 됐다.지금이야 남부럽지 않게 성장했지만 최 회장이 딸을 키우기까지의 세월은 뒤떨어진 한국의 장애인 복지수준과의 투쟁기나 다름없다.

최 회장은 "34년 전만 해도 뇌성마비 장애인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며 "딸을 비장애인 못지않게 키우고 싶다는 바람으로 의료 지식부터 복지시스템까지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안상희 씨는 돌을 훌쩍 넘어도 걷지 못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일곱 살이 돼서야 뇌성마비라는 사실을 알았다.

선진국에서는 산모들에게 이미 임신 초기에 뇌성마비를 예방하는 교육을 하고 출산 후 7일 내에 장애 판정을 내려서 조기에 치료를 하고 있었던 때였다.

하지만 국내에는 뇌성마비에 대한 전문가가 없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던 것이다.

최 회장은 '뇌성마비는 재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국내 의료진의 고정관념을 뒤로 하고 외국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러 나가기도 여러 번이었다.

뇌성마비도 후천적인 치료로 충분히 재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재활에 매달린 끝에 딸 안 사무관은 지금도 걷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최경자 회장은 "아직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은 크게 나아진 게 없다“면서 ”장애인이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고 늘 강조한다.

최 회장은 "장애인과 가족이 정보를 얻을 공간을 만들고  정보를 나누고 재활, 치료, 취업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멀티 서비스 복지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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