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감정평가사 법무사 한의사 변호사 변리사 세무회계사 치과의사 수의사 관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건강보험료 체납률이 일반 직장인에 비해 2.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건강보험료 체납 실태에 따르면 이들 11개 직종의 전문직 종사자의 체납률은 8.3%로 직장가입자 3.1%보다 무려 2.5배나 높았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다.

30억원대에 달하는 재산가가 공식적인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아들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10억원 이상의 고액재산가 454명도 이 같은 방법으로 건보료를 떼어먹고 있다.

직장인의 유리알 지갑이나 영세사업장의 쥐꼬리만한 소득에는 꼬박꼬박 보험료를 챙기면서, 수십억원대 재산가들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는 건보공단의 책임이 크다.

지역보험과 직장보험을 통합한 평등부과와 의료부조의 근본취지가 훼손되는 건보 사각지대를 이대로 방치하면 재정의 악화와 계층간의 골을 깊게 할 뿐이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소득이 없으면 보험료를 내지 않는 건강보험제도는 마땅히 뜯어고쳐야 한다. 제도적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무임승차하면서 건보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는 사람들 또한 의료부조의 근본정신을 되새겨야 할 줄로 믿는다.

건강보험공단이 연금과 이자소득 등을 소득에 포함시켜 보험료를 내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을 세웠다고 하니 지켜 볼일이다.

오윤경 기자  bokji@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