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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속 작은 학교행복 꿈 피우는 ‘마음 공동체’
이웃산타·신나는 교실 등 운영하며 도움 필요한 아이들 직접 찾아 나서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01.12 11:25

빼곡한 집들 사이로 꼬불꼬불 나있는 골목길을 따라 만난 ‘마을 속 작은 학교’. 꽃분홍색으로 곱게 칠해진 작은 대문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왠지 문을 열면 동화 속처럼 뭔가 재미난 것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같게 하는데…. 그래서 일까. 누가봐도 금새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곳이 꿈쟁이 아이들의 마을이라는 것을. 반지하 공간인 공부방. 하늘이 겨우 손바닥만한 크기로 보일 정도지만, 햇님만큼이나 환한 마음을 지닌 교사들과 아이들이 있기에 그곳엔 경쾌함이 가득했다.

내 자식뿐 아니라 함께 잘 키우자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마을 속 작은 학교(이하 작은학교). 이곳은 지난 98년 저소득,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포근히 보듬어주고자 지역단체인 녹색여성모임에 의해 만들어 졌다. 
작은학교 이정숙 교사는 “녹색여성모임은 당시 5∼6명의 주부들로 구성된 지역모임이었어요. 주부들이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하루는 뉴스에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한 남자아이가 여중생을 식칼로 죽인 사건이 보도됐어요. 그것을 보고 내 아이만 잘 키워서 되는 게 아니라 함께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어요. 그리고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숙제라도 도와주자는 의도에서 ‘열린 숙제방’을 시작했어요. 그것이 작은학교의 모태예요”라고 말한다.
현재 작은 학교는 수유 2동 공부방, 열린 숙제방, 청소년 공부방 세 곳을 합해 부른 명칭. 7년을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활동해오다 보니 필요에 의해 두 곳이 더 늘은 것이다.
당시 만해도 공부방의 형편은 무척 열악했다. 큰 단체도 아니고 주부들로 구성된 단체이다 보니 우선적으로 공간확보에 어려움이 컸다. 단체 사무실로 쓰던 작은 공간을 임시로 이용하긴 했는데, 너무 좁아서 아이들이 편하게 앉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 교사는 “형편상 어쩌면 금새 없어졌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평소 말을 안 하던 아이가 이곳에 나오면서 수다쟁이가 되고, 낯가림이 심해 책상 밑에 숨어 지내던 아이들이 개구쟁이가 된 모습을 보면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버텨온 거죠”라고 말한다.
작은학교는 공간확보를 위해 몇 차례 일일호프를 열었다. 그 돈으로 처음에는 단체사무실 옆 주차장을 빌리고 개조해 사용하다가, 이후 지금의 공간으로 이사를 했다. 여전히 반지하에 공간도 좁지만, 이곳 아이들에게 공부방은 다른 어느 곳 보다 포근하고 의미있는 보금자리다.
작은학교의 특징은 바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직접’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이 지역은 60%가 한부모 가정이고, 결손 가정이에요. 그런데 난곡이나 다른 지역처럼 눈에는 그리 어렵게 보이지 않아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서자는 생각에 학교, 동사무소에서 도움을 받아 성탄절에 ‘이웃산타’가 되어 자연스럽게 가정방문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쉽게 다가설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공부방으로 연결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작은학교는 아이들의 속사정을 훤히 다 안다. 그렇기에 끈끈한 믿음을 가지고 정말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었다.
이곳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은 바로 방학. 학교에 안가 시간이 많은반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평소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작은학교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방학 때마다 ‘신나는 교실’을 열고 있다. 평소 공부방 아이들 인원보다 많이 모집해 견학, 캠프 등 알찬 방학을 함께 만들어 간다. 지난 해부터는 구청에서도 작은학교 방학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보고 강북구 정책으로 반영했을 정도다. 현재 17개 동사무소에서 매 방학마다 ‘신나는 교실’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해 지원하고 있는 작은학교. 하지만 이곳의 교육방침은 특별한 프로그램 운영이 아닌 건강한 보육을 우선으로 한다.
“학부모들한테도 늘 말하지만, 여기는 학원이 아니에요. 물론 기초학습인 숙제를 봐주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함께 어울리면서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게 해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눔 꽃 피워
아이들의 올바른 보육을 위해 늘 고민하는 작은학교. 교사들은 무조건 받아만 주는 교사가 되기 보다는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주느라 늘 마음에 땀방울을 맺고 있었다. 이런 수고 때문일까. 작은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 예로 방학 때마다 급식이 큰 과제였는데, 두 차례나 지역내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 하루씩 돌아가면서 십시일반으로 급식을 준비해 주기도 했다.
“올해는 워낙 불경기라 도움을 주는 못했지만, 공부방을 통해 이런 따뜻한 마음들을 모을 수 있게 된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과거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 됐던 시절, 지역 내 어려운 아이들을 마을 사람들이 돌본 것처럼, 특정단체가 아니라 앞으로도 내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관심과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마을 속 작은 학교’라는 이름처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 꽃을 피우기를 꿈꾸는 작은학교. 아이들의 푸른 미래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뿌리를 함께 다져 가는 모습은 가을 햇살에 튼실이 익어 가는 벼들처럼 건강해 보였다.
마을 속 작은 학교 (문의: 02-903-6678/ 홈페이지: www.glife.or.kr)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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