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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반항이라고?학교 부적응·가정불화 등이 큰 원인…‘문제아’ 낙인 아닌 마음치료 위한 지원 절실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01.12 17:55

매년 경찰에 신고 되는 가출청소년은 대략 8만명. 이외 가출한 청소년까지 합하면 100만 명의 청소년이 거리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답답해. 답답해. 너무 답답해….’
‘누구도 내 말은 제대로 한 번 안 들어 주면서! 왜 다들 나만 가지고 그래. 숨 막혀 미칠 것 같아.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자그마한 체구에 지영(가명·15)이. 6개월 전 막막한 마음을 누그리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이혼한 부모님에 대한 화가 치밀어서 였을까. 갈수록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공격적인 모습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왕불퉁이로 찍혔다. 그러다 보니 학교생활은 늘 겉돌았다. 그러던 하루는 싸가지가 없다며 선배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얼굴이 찢기고 온 몸에 피멍이 검붉게 꽃 피웠다. 하지만 내심 아픈 것보다 걱정이 더 앞섰다. ‘이런 얼굴로 집에 들어가면 분명 고모한테 된통 욕 먹을 텐데….’
부모님이 이혼한 후 지영이는 아빠와 살고 있는데, 가끔 고모가 와 살림을 도와주고 있었다. 예상처럼 고모는 그런 지영이를 보고는 다짜고짜 욕부터 퍼부었다.
“그런 꼬라지로 살 거면 차라리 나가! 등 따숩게 밥 먹여 주니까 쌈박질이나 하고. 니가 깡패야? 어떻게 지 어미랑 똑같이 생겨 하는 행동도 그 모양인지….”
뭔가 변명을 하려고 해도 아예 말을 듣지 않으려는 가족들. 지영이는 그런 집이 너무 끔찍했다. 결국 지영이는 그 길로 무작정 뛰쳐 나왔다.
비단 지영이 뿐 아니라 많은 청소년들이 가출을 하는 실정이다. 해마다 증가해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켜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확산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단순히 어릴 적 부리는 객기나 문제아들의 행동으로만 여길 뿐. 아이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는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도움과 보호가 필요함에도 단순 귀가조치나 일시보호시설 수용 정도의 조치 외에는 구체적인 대책이 미흡한 실정이다.

반복·장기가출 60%이상은 ‘가정문제’
지난 해 가출한 민지(가명·16). 몸집은 작지만 재주와 끼로 똘똘 뭉친 아이다. 평소 주위 친구들을 잘 웃겨 인기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남모를 상처를 꽁꽁동여매져 있었다. 친부모가 4살 때 이혼을 했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재혼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새엄마가 민지를 잘 돌보지 못하자 생부는 새어머니와 자주 다퉜다. 그러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 행방불명된 상태다. 이 새엄마는 민지를 생모한테 보냈다. 생모 역시 새 가정을 꾸리고 있어 양육권을 포기한 상황이다. 민지에게 이는 너무나 큰 충격이 됐다. 새엄마나 생모 모두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겉잡을 수 없었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출 청소년. 매년 경찰에 신고되는 가출 청소년은 대략 8만명. 이미 가출한 청소년까지 합하면 많게는 100만 명의 청소년이 거리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슴 가득 푸른 꿈으로 채워야 할 청소년들. 무엇이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을까. 청소년들의 가출 동기는 다양하다. 부모와의 갈등, 가족해체, 입시위주의 학교교육, 학교폭력 등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가정문제다.
안양 청소년 쉼터 ‘포유’ 백종진 실장은 “단순한 충동으로 인한 일시적 가출은 큰 문제가 안 된다. 반복과 장기 가출이 문제인데,  60% 이상이 가정문제로 인한 것이다. 겉보기에는 이성친구, 또래친구의 영향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은 부모이혼, 가정폭력, 빈곤, 알콜중독 등으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조용조용한 성격에 정현(가명·17)군. 사정상 부모님이 이혼한 뒤 엄마가 재혼을 했다. 평소 어머니를 잘 따르던 정현이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아빠를 놔두고 다시 결혼할 수가 있어.’ 그때부터 어머니에 대한 미움에 방황을 했다. 한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다 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시자, 정현이는 친척집에 맡겨졌다. 그런데 눈치가 보여 할 수 없이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곳도 맘이 편치 않았다. 결국 정현이는 집을 나왔다. 그러다 주위에 엇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집과는 더욱 멀어졌다. 

의식주 해결 위해 비행으로 빠져
가출청소년의 문제는 단순히 가출이 문제가 아니라 유해환경으로 쉽게 빠져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출한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탈선과 비행에 빠질 수 있는 환경뿐이다.
서울 YMCA 청소년 쉼터 박금혜 실장은 “갈수록 가출이 저연령화 되어 간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도 꽤 늘고 있다. 어린나이다보니 막상 나왔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 알바를 하지만 월급받을 때쯤이면 주인이 미성년자라고 신고한다며 협박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돈도 못 받고 겁먹은 채 도망 나오기 바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청소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패스트푸드 알바를 하려고 해도 졸업증이나 재학증이 필요하다. 대부분 중퇴인데, 그만 학력에서부터 막힌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당장 생기는 게 생계문제다. 자연스레 비행으로 흘러간다. 특히 가출 소녀들의 경우, 생계를 위해 쉽게 성매매 등 윤락으로 빠지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해 가출했다 지금은 한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은선(가명·17)이. 자나 깨나 눈만 뜨면 싸우는 부모님이 싫어 가출했다. 일단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 평소 친분이 있는 대학생 오빠를 찾아 무작정 나섰다. 그런데 오빠는 지금 학교를 안다니면 분명 후회한다며 돌아가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한 번 나 온 집에 되돌아 갈 수 없었다. 혼나는 게 겁도 났지만, 무엇보다 늘 살얼음판 같은 집안 분위기가 진저리 났다. 그렇게 몇 일을 헤매다 입소문 꼬임에 넘어가 티켓다방에 가게 됐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일단 숙식이 해결된다는 말에 솔깃했다. 게다가 예쁜 옷도 입고 화장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기에 취업을 했다. 다방촌에는 나같은 미성년자가 70~80%를 차지한다. 매일 휴식도 없이 아침 8시30분부터 새벽 두시까지 일했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곳에서 세 달 일하는 동안 위염이라는 진단까지 받았다.”
비단 이뿐 아니라 해마다 늘고 있는 가출청소년은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비행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때문에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회적 방안이 절박한 상황이다.
서울 YMCA 청소년 쉼터 박금혜 실장은 “지금까지는 단순 귀가조치나 일시보호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재가출과 탈선을 막지 못한다. 집으로 돌려보내도 문제는 환경은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의 폭력을 피해 나온 한 아이가 있었다. 할머니랑 살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엄마는 아이에게 늘 분풀이를 하듯 때렸다. 이런 경우 돌아가게 하는 게 능사만은 아니다. 더 위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위험을 막고 사회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쉼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현재 문화관광부 지원의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소속 쉼터가 전국에 35곳, 여성부지원으로 성매매방지특별법으로 근거로 30여 곳이 마련되어있다. 이곳에서 12세에서 19세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있다. 
“아이들을 상담해 보면 마음의 병이 크다. 학교에서 매맞고, 찍히고 수치심 당해왔다. 그러다보니 칭찬도 제대로 못 받아들인다. ‘선생님! 왜 저만 보면 웃어요’라고 한 아이가 그런다. ‘네가 좋으니까’라고 말해도 그 아이는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쉼터는 그나마 든든한 매듭이다. 쉼터에 오면 일단 무작정 2~3일 쉴 수 있도록 먹고 자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준다. 이후 개별상담을 하기도 하고 심리검사도 하고 필요시 정신과 치료도 연결해 준다. 일반 프로그램으로는 음악, 미술, 연극치료와 문화활동, 집단상담 등을 한다.
지난해 가출했던 주연(18·가명)이. 두 달 동안 쉼터에 머무르면서 맺힌 응어리를 풀어가고 있었다. 자신을 버린 엄마를 보면 복수하겠다고 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엄마를 용서해 갔다. 반에서 늘 꼴지를 하던 애가 9등하고 반장까지 하게 됐다. 쉼터가 새로운 기회를 줬다고.
모퉁이 쉼터 박정미 소장은 “이곳에 처음 온 아이들은 쉼터에서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고 서로 투정하고 소리 지르고 골 부리기도 한다. 꾀 내고 눈치 보며 때로는 갈 데까지 간 듯 긴장을 나누면서 아이들은 이제 각 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속내를 알아간다. 고단한 삶과 두려움으로 두텁고 겹겹이 껴입었던 겨울옷들을 한쪽 팔부터 빼 보고 머리도 조금 내어 보내며 아이들은 서서히 변해간다”고 말한다.

단순 보호뿐 아니라 자립과 치유위한 공간 절실
하지만 가출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왜곡된 인식과 정부당국의 의지 부족으로 청소년 쉼터의 양적 확충과 체계적인 발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YMCA 청소년쉼터 박금혜 실장은 “정부에서는 아이들이 7~8명인데 실무자가 3~4명이 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일은 사회복지 중에서도 3D업종이다. 휴일도 없이 24시간 일을 해야 한다. 보통 한 아이가 열 몫을 한다. 그러다보니 이직율이 높다. 쉼터의 현실은 상당히 특수하다. 실무자가 자주 바뀌면 아이들은 불안해한다. 아이들은 ‘그럼 그렇지. 어른들은 다 똑같애’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교사들이 충분히 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인력이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단순 보호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청소년은 콩나물시루에 물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을 주면 99%가 시루를 통해 빠져나가고 1%의 물이 콩나물을 키우는 것처럼 쉼터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그 1%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이 하나가 변화하기 까지 최소 2~3년은 걸린다. 가출 시기가 어릴수록 회복기간은 길어진다. 그러나 쉼터는 길어야 두 달 정도다. 중장기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
가출한 아이들 중에는 중퇴한 경우가 많다. 어딜 가든 학력문제에 봉착해 사회 재진입이 힘들다. 때문에 이것을 넘어서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직업재활과 연결이 되어 있지만 이는 일년에 두번 분기별로 모집을 한다. 쉼터에 오는 아이들 특성상 들쑥날쑥하고 꾸준히 하지 않는다. 일반 성인직업재활과 다른 체계가 필요하다.” 
지난해 가출했다 쉼터에서 치유를 받고 있는 미선(가명·17)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마음에 안정을 되찾아 갔다. 미선이의 인생도 바뀌어 갔다.
“이렇게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쉼터에서 받은 사랑 때문이다. 쉼터생활에서 좋았던 것 바로 우리들이 가출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과 그 원인에서 생겨난 문제들을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해결해 나가고 치유해 나간다는 점이다. 차가웠던 집에 비해 이곳은 쉬어가는 곳이지만 따뜻한 곳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믿음이다. 욕하고 하는 것도 사랑받고 싶어서다. 이 아이들을 치유하면 이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자체가 귀중하다. 사회가 치유해야하고 공동체가 돌봐야 한다.
모퉁이 쉼터 김정미 소장은 “사회, 집, 학교에서 소외되고 낙인찍힌 아이들. 집 짓는 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성경귀절처럼, 사회에서 모난돌이 된 아이들을 잘 보살핀다면 사회의 머릿돌이 될 수 있을 터다”고 강조한다.
견디다 못해 혹은 그저 충동으로 뛰쳐나온 아이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작은 희망들이 살아가기에는 힘든 세상이다. 청소년은 미래사회의 희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희망의 뿌리를 다지는데 얼마나 관심을 쏟아 왔는가. 스스로 앞날을 준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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