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특집/기획
날마다 신나는 학교 만들고 싶다전국 1만여 개 학교 150여 명 학교사회복지사… 불안한 계약직, 의무 고용화 추진 이뤄져야
표수진 기자 | 승인 2005.10.18 08:49


학교로 간 산타?’
학교를 날마다 신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산타가 학교를 찾았다고 한다. 때아닌 산타 등장도 궁금하지만,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학교로 갔을까. 그가 있다는 양서중학교로 향했다. 건물 3층으로 올라서자 어두컴컴한 복도 너머 반짝반짝 빛이 나는 곳. 그곳에서 산타가 낯선 손님을 맞았다. 숨 막히고, 답답하던 학교를 매일 매일 신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산타를 자청했다는 서동미 씨. 그는 다름 아닌 학교사회복지사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즐거운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학교사회복지사들. 그들은 어떤 이일까.

산타가 학교에 간 까닭은?

지난해 양서중학교에 처음 문을 연 ‘사회사업실’. 이곳이 산타가 나타났다는 바로 그곳이다. 기존의 어두컴컴한 ‘상담실’을 연상한 것은 착각이었을까. 학교 부설 병설유치원에 온 듯 알록달록 꾸며놓은 교실 안팎이 인상적이다. 문을 열 필요 없이 항상 열려 있는 사회사업실에는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들어가는 서동미 사회복지사가 함께하고 있다.

서동미 사회복지사는 “이곳은 서울특별시 교육청 지정 시범학교에요. 전문 상담과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 가정 학생들의 학교 부적응을 예방하고, 적응력을 강화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죠. 그밖에 흡연 예방 교육 및 금연 지도도 실시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사회복지사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와 담임교사, 그리고 학생의 호응도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서씨는 사회사업실이 문을 열자마자 30개의 학급을 돌아다니며 사회사업실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교사들의 반응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신뢰도는 높아졌다. 어두컴컴한 상담실을 연상하던 아이들의 반응도 금세 달라졌다.

“단순한 상담공간이 아닌 놀이터이고, 수다방이고, 또 마음의 안식처에요. 사실상 담임교사 혼자서 30명이 넘는 학생을 돌보기엔 너무 벅차요. 학교사회사업가가 나서서 아이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지원체계를 연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죠.”

비단 부적응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양서 산타’다. 교내 자조 봉사모임인 이 ‘양서 산타’는 학기 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될 정도라고.

“올 초에는 30명을 뽑는 양서 산타에 80명이 자원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산타들이 직접 전교생의 생일을 챙겨주고, 또래 상담사로 활동도 하고 있죠. 해를 거듭할수록 아주 인기에요.”

어두침침한 복도 끝 탈의실 앞에는 ‘피스존(peace zone)’도 생겼다. 지나다니기조차 무서웠던 그곳에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실어 벽화를 그려 놓은 것. 교사들이 미처 손쓰지 못하는 곳까지 돌보며 아이들 편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학교사회사업가이다. 물론 혼자서 모든 역할을 감당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서 사회복지사는 지역 내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전한다.

“학교를 숲이라고 볼 때 사회복지사는 푸른 숲을 가꾸기 위해 나무 하나하나를 세심히 돌보는 역할을 해요. 양분도 줘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꿔야죠. 하지만 혼자서 커다란 숲을 가꾸기는 힘들 듯 주변의 적절한 자원 활용도 꼭 필요해요.”
복도 끝에 마련된 아이들의 사랑방에서 매일 매일 신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산타클로스가 된 서동미 사회복지사.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듯 날이 갈수록 학교엔 화사한 웃음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고용 근거법 없는 불안한 계약직

요즘 서동미 사회복지사에겐 고민이 생겼다. 양서중학교 사회사업실은 2년 단위로 실시하는 교육부 시범학교로 올해가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학교 내 사회사업실이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 결정된 바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죠. 학교 사회사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적절한 법적 제도조차 마련돼 있지 않고 있어요.”

학교사회사업가는 지난 97년부터 서울시 교육청이 주관하는 상주형 학교사회사업가를 활용한 시범사업을 필두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이루어져 그 효과를 거두어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주관이 되어 연구학교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시범사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사회사업학과 홍순혜 교수는 “학교사회복지의 도입이 학교 현장에서 현격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 아직 많은 경우가 시범사업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사회복지사를 학교에서 고용할 수 있는 근거법이 마련되지 않아 학교사회복지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많은 난제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문제는 담임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방식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초·중·고 학생들 4명 중 1명꼴로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 각종 학교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피해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교육환경이 해마다 악화됨으로 인하여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호·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이런 학교 현장에서 교육복지와 학교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는 학교복지 등을 맡으며 교사와 학생, 그리고 가정과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최경일 사무국장은 “학교 사회복지사업 10년의 역사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간 시범사업을 실시한 학교를 위주로 긍정적 성과를 얻었으며, 나비효과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법적 제도화가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초·중·고등 1만여 개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교사회복지사는 약 150여 명 정도. 그러나 이들 대부분 계약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형편이다.

가양초등학교 황혜신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들 대부분 계약직으로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에 한 번씩 계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이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안하고 나서 앞으로 학교사회복지사 제도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계경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교육환경에서 창의적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학생으로서의 기본적인 인권과 복지 등은 방치 돼있다”라고 말하며 “이에 날로 심각해지는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선도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도 일정한 요건과 자격을 갖출 경우 전문 상담교사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행 初·中等敎育法을 ‘초·중등 교육법’으로 개정하고, 전문상담교사란에 “제3호 사회복지사 2급 이상의 자격증을 가지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문상담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를 포함하게 된다.

이렇듯 학교사회복지사 의무 고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학교사회복지사가 민간자격에 의해 배출됐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취득한 자에 한해 시험 자격을 주어 현재 90여 명이 배출된 상태다.

최경일 사무국장은 “학교라는 특수한 조직 내에서 사회복지사가 활동하기 위해선 교육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 만큼 합당한 기준과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홍순혜 교수는 “자격제도의 도입은 학교사회복지사를 양성하고자 하는 대학에서의 교과목 제공과 실습 지원 등 크고 작은 사회복지 교육계의 변화를 요구한다. 또한 현재 도입된 자격제도의 내용을 최종적이라고 보기보단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형태이다”라고 말했다.

공인된 자격제도는 아니더라도, 학교사회복지사의 전문성 확보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은 만큼 향후 공인제도로의 인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최경일 사무국장은 “제도화가 당장 내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연장해 최우선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을 두고 내실을 다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서동미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사회복지의 지속성을 위해서 체계적 제도화는 물론, 지속적인 수정·보완의 작업 위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사회복지사 도입을 위한 법 제도화는 물론 공교육을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0년 전 단 한 사람의 학교사회복지사로 시작해 150여 명의 학교사회복지사로 발돋움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시간 두고 내실을 다져야 해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일과를 보내는 학교. 이곳에서 아이들은 배우고, 친구들을 사귀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심리, 사회, 신체적 문제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 학교는 아이들의 생활상의 문제와 욕구를 다루어주는 복지적 기능까지 맡아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학교를 날마다 신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바로 학교사회복지사의 역할이다.

선물을 한 아름 싣고 나타나는 산타처럼 1년 내내 산타를 자청하고 학교로 간 학교사회복지사. 아이들의 슬픔을 어르고, 꿈을 담아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는 그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만큼 조금씩 학교가 달라지고 있는 듯했다.  글·사진/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표수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2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