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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지면 다들 편안하겠지...."10년 사이 자살 노인 10배 가량 늘어나... 사회적 안전망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11.07 15:04

 

10년 전만 해도 노인 자살율이 14명이던 것이 지난해는 113명으로 10배 가량 늘었다.노인들이 삶을 지탱할수 없을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한다
 

“나만 없어지면 다들 편안하겠지…”

10년 사이 자살 노인 10배 가량 늘어나… 사회적 안전망 마련 시급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인간이면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자 본능이다. 그러나 최근 노인 자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발표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은 생인데, 스스로 앞당기는 이유는 뭘까.

한국노인의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자살은 곧 살 수 없을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노인 자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현 사회가 노인들이 맘편히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살뿐 아니라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빈곤·질병 등 사회적 고립이 원인

‘이렇게 살아서 뭣해….’
지금도 하루에 열두 번씩 이런 마음이 든다는 김모(79) 할아버지. 한때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그는 몇 달째 상담을 받고 있는 중이다. 1남 2녀의 자녀를 둔 김씨 할아버지. 3년 전 부인과 사별 후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처음 일 년은 무난히 지냈다. 하지만 손자가 둘이나 대학에 다니면서 살림이 빠듯해지자, 아들내외는 하루가 멀다하고 싸웠다.

‘혹시나 때문에 더 싸우는 건 아닐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얹혀 산다는 생각이 들자, 점점 며느리 눈치가 보였다. 한 집에 있는 게 갈수록 바늘방석이었다. 심지어 매 끼니 챙겨 먹는 것조차 자식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나만 없어지면 다들 편하겠지…’. 결국 쓸모 없는 노인네라는 생각에 약을 먹었다. 
    
어디 이런 상황이 김씨뿐일까. 하루하루 죽는 날만을 손꼽는다는 노인들. 아니, 그것조차 기다리지 못해 자살을 택하는 노인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실제 10년 전 만해도 자살 노인은 10만 명당 14명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해는 113명으로 거의 10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생활이 불안한 노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노인의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노인이 되면 대부분 이혼이나 사별, 은퇴나 퇴직, 경제적 빈곤과 소외, 질병 등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사회가 급변하면서 문제들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 이를 이기지 못한 채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노인들은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일차적인 문제로 무엇보다 생계불안을 꼽고 있다. 실제 노인 자살율을 봤을 때도 빈곤노인에게 그 비율이 높았다. 특히 자식이 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생계 대책이 어려운 차상위계층 노인의 경우, 위험이 가장 컸다.

서울 종묘공원으로 매일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하는 신모(84) 할아버지. 죽지 못해 살아간다고 신세한탄을 늘어놓는다. 현재 할머니와 경기도 구리에 살고 있는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서울까지 넘어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식이 셋이나 있지만, 다들 먹고살기 빠듯한 처지라 연락조차 거의 안하고 지낸다는 신씨 할아버지. 고정수입이라고는 정부에서 3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 교통비 4만원과 복지관에서 가끔씩 주는 생필품이 전부. 그것으로 겨우 먹거리만 해결하고 있었다.

“그것조차 없으면 못 살았을 거야.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를 했어야 의지하지. 다들 전세방을 전전긍긍하는데, 도와주지도 못하고 미안하기만 하지. 그러니 용돈 달랠 수도 없고. 아파도 돈이 없으니까 그냥 참는 거야.”

그의 유일한 지출은 일주일에 한 번씩 공원 앞에서 파는 5백원짜리 담배 한 갑. 
“먹을 것을 제대로 먹기를 하나,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있나. 집에만 있으면 이런 저런 생각에 애가 타니까 여기라도 와서 죽는 날 기다리며 시간 때우는 거야. 살아도 사는 게 아니지. 유일한 희망은 어서 죽는 것 뿐이야.”

강 사무국장은 “평생 자식을 위해 애쓰다 아무런 준비 없이 노년을 맞는 노인들이 많다. 과거에는 자식들이 일정정도 책임을 졌다. 그런데 사회가 갑자기 변해 부모를 부양하려는 자녀들이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정부지원이 잘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생계위협을 당하는 노인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생을 내려놓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자살 원인은 비단 생계의 어려움 뿐만이 아니다. 현실적인 고통보다 더 큰 것은 사회적 고립감이다. 특히 남성 노인의 경우, 사회생활 퇴직 후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다보면 심한 무력감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실제 남성이 여성노인보다 자살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노인들은 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할 때 심적 큰 충격을 받는다. 고작 방 하나 주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든지, 욕설 등 언어적 학대를 받는 경우 살아 있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노인성 질병까지 가중되면 노인들의 심적 압박감은 더욱 커진다.
“이런 경우 처음에는 자녀들이 부모를 동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귀찮아한다. 결국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다보면 자신이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이 되면 대부분 이혼이나 사별 은퇴나 빈곤과 소외 질병 다양한 문제를 접한다. 이런 문제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자살을 택하고 있다.

소득보장 및 삶에 활력 주는 프로그램 절실

여든 두 살의 조모 할머니. 늘 ‘어서 죽어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아들자녀와 함께 살지만 거의 없는 사람 취급당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홀로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것은 보통, 가끔 저녁에 손자손녀들이 일찍 돌아왔을 때, 조근조근 이야기하고 싶어 말을 건내면 대답을 안 하거나 불퉁거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방안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다보면 할머니는 그저 서러운 생각에 눈물만 절로 떨어진단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이 집에서 나는 산송장이야. 늙었다고 누가 말을 섞어 주기를 하나. 말소리가 듣고 싶어서 손자들 방에 들어가면 다들 휭-하니 나가 버리고. 집안 어디 있어도 바늘방석이야. 몸은 몸대로 안 아픈 데가 없고. 이제껏 헛살았어. 빨리 죽었으면 좋겠는데 죽지도 않고, 무슨 더 흉한 꼴을 보려고 그러는지….”

차마 자살은 못하지만, 이처럼 하루하루 고통스런 생을 이어가는 조씨 할머니.
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 명예이사장은 “노인이 되면 몸도 약해지지만 마음도 약해진다. 자살할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마음이 약해져 자살은 못하고 그저 고통 속에 지내는 이들이 많다”며 “노인 자살율이 10년 동안 10배 가량 늘어난 만큼 그에 못지 않게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도 엄청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인구. 그런 만큼 더 이상 가족 안에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비단 자살을 막는 것뿐 아니라 노인들 삶의 질이 높아져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박 명예이사장은 “빈곤, 질병, 소외를 이길 수 있을 만큼 노인 복지가 잘되어 있으면 자연적으로 자살율이 낮아진다. 유럽의 경우 70년대까지 노인자살율이 무척 높았다. 이유인즉, 당시 사회적으로 가족 부양기능이 크게 약화됐을 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도 미성숙됐던 시기다. 그러다 80년대 이후 자살율이 크게 줄었는데, 그만큼 노인에 대한 사회보장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노인의 일차적 어려움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소득보장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인문제연구소 박 명예이사장은 “갈수록 가족해체 현상이 급격해지고 있다. 강연회를 통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 이상이 자녀로부터 부양받을 수 있는 사회는 지나갔다고 답했다. 더 이상 자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다들 사회에서 자녀를 대신해 생계를 보장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노인의 생계보장을 위한 장치는 없다. 기초생활보호법에 따라 부분적으로 생계보장을 하고 있지만, 극빈층에 한정됐다. 도움이 절실한 차상위 노인들의 경우, 생활보장은커녕 의료와 주택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노인복지법에 경로연금이라고 해서 교통비로 약 3만원 내지 5만원 정도 받고 있다. 이것은 사탕발림이지 생계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노인들에게는 자식들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초연금이 있어야 한다.”

이에 지난 4월 노인문제연구소를 비롯, 노인단체들이 연합해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아직 다른 사안에 밀려 무산되고 있는 상황인데, 올 정기국회 때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노인 자살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소외와 고독감이다. 때문에 생계관련 정책뿐 아니라 삶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재감이 중요하다. 유럽에서는 지역사회를 활용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정책들이 함께 개발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경우 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활기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인과 젊은이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노인문제에 대한 논의 및 대책이 활발하지 못하다. 문제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노인들의 경우 자식들에게 피해가 될까 가족 내 문제를 쉽게 얘기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노인의전화, 생명의전화, 노인학대예방센터 등 노인상담업무를 보는 곳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지만, 실제 상담을 하는 노인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노인들이 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가깝게는 지역에서 세세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정책과 더불어 가족의 관심 중요

2030년이 되면 젊은이 2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보고가 나올 만큼 갈수록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제 노인문제는 곧 사회문제다. 누구든 머지 않아 노인이 된다. 가까운 우리의 밝은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노인정책 관련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노인이 되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약해진다. 조금만 서운해도 몇 배로 서운함을 느끼고 상실감이 크다. 이런 노인에 대한 가족들의 따뜻한 이해 역시 노인자살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정책적 뒷받침과 아울러 부모에 대한 가족 내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글/김은미 사진/최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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