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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그들처럼, 그들도 우리처럼말로만 강조하는 통합교육, 그 속에 장애이은 정작 '열외'
김혜경 기자 | 승인 2006.05.09 16:29

어두운 실내에 흥겨운 음악이 흐르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중앙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르고, 이내 리듬을 타는 어깨가 하나 둘 들썩거리자 끼를 감출 길 없는 아이들의 몸부림이 시작됐다. 엉거주춤 몸을 들썩이는 아이들서부터 브레이크댄스를 멋들어지게 추는 아이들까지, 갖고 있는 끼와 열정도 가지가지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난무하는 플로어 위에서 열심히 몸을 흔들어대는 아이들을 보니 아이들의 장애도 어느새 어둠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공릉동에 위치한 다운복지관 강당에서는 이렇게 장애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매달 문을 연다. 넷째 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우리다운콜라텍’은 춤과 음악을 즐기면서 아이들끼리 자연스러운 교제가 싹틀 수 있도록 마련된 ‘사교의 장’이다.

장애청소년은 출입불가? 갈 곳 없는 질풍노도의 아이들
다운복지관의 이진승 사회복지사는 노래방이나 콜라텍 등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문화시설 및 유흥업소에서 장애청소년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창 호기심과 욕구분출욕이 왕성한 청소년기엔 해방구가 꼭 필요해요. 하지만 장애청소년들을 받아들이는 문화공간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형편입니다. 장애청소년들이 인간다운 삶의 욕구를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려면 사회적응을 위한 편익증진과 함께 다양한 문화향유권 및 그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위한 사회 인프라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장애인, 그 중에서도 지적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거나 신체 손상 정도가 큰 사람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업소가 부지기수다. 이들 역시 똑같은 문화적·정서적·육체적 욕구를 지니고 있고, 또 표출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쉽게 간과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장애청소년을 위한 욕구해소의 기회역시 시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복지사는 “아이들의 여가활동 및 에너지 분출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인식개선과 아이들의 대인관계개선 차원에서도 이런 공간의 확대는 중요해요. 처음이라 아직은 미흡하지만 잘 정착되면 비장애청소년들과 동반해 오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리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캠프나 체험프로그램 등 요즘 시설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은 이처럼 비장애아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게 많다. 또래 속의 융화를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사회 일반에 섞여 나름의 토대를 만들어가도록, 그리하여 장애아이들 역시 개별화된 선택의 길을 넓혀갈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실업고 2학년에 재학중인 다래와 은빈이. 언제나 웃는 얼굴의 다래는 간호사가 꿈이고 은빈이 역시 아직 정해놓은 꿈은 없지만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다래와 은빈이 역시 지금이 이 ‘선택의 길’을 고민하는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고교 2학년인 다래는 성격이 참 밝다. 언제나 웃는 얼굴에 사교적인 성격이라 학교에서도 마당발 소녀로 통한다. 썩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일어와 기업경영 수업이 재미나고 새로 배우는 회계원리도 마음에 든단다. 힙합과 R&B 음악의 열렬한 팬인 다래는 간호사가 되고 싶은 푸른 꿈도 갖고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은빈이는 조금 내성적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겐 좀처럼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지만 유명 연예인 이야기가 나오면 금세 얼굴에 생기가 돌며 줄줄이 생년월일을 읊어댈 만큼 기억력이 좋다. 장래 꿈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대학에 가고 싶단다.
두 아이 모두 정신지체 3급의 장애청소년이지만 말하는 게 다소 어눌하거나 특이하달 뿐, 여느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앳된 표정 속에 사춘기의 성숙함도 묻어나고, 건들면 터질 것 같은 예민한 감성도 느껴지는 10대 청소년, 그 다양성의 일면들이 아이들 속에도 묻어났다. 
장애청소년의 경우 다른 계층보다도 교육과 치료, 진로문제, 친구관계 등 다양한 생활의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적절한 지원과 재활을 위한 방향설정이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대체로 부모나 시설 관계자 외에는 마땅한 의논대상이 없어 문제다. 유달리 가족기능이 강조되는 우리나라 장애아가족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진로지도나 상담 등의 체계가 미비해 있어 나타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나마 복지관 등 시설의 도움을 쉬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이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지원인 셈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엔 특수학급이 없다”
늘푸른나무복지관의 김수진 사회복지사는 이 시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성 형성을 위한 사고와 경험의 축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축적 과정에 있어 다양한 기대치를 심어주기는 힘들다고도 했다.
진로결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재활훈련을 맡고 있는 그는 평소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의 상담전화를 자주 받는데, 아이의 장애행동에 대한 조언이나 장래지도를 요하는 상담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조언해줄 수 있는 방향은 그리 다양하지가 못하다고 한다.
“대부분이 장애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낼 것인지, 특수학교에 보낼 것인지, 혹은 장애가 경미한 아이들인 경우 대학을 보낼 수 있는지 아니면 취업을 알아봐야 하는지 정도에요. 하지만 제정적인 지원이 가능한 가정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졸업 후 취업으로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고 보니 두 아이가 다 대학진학의 꿈을 갖고 있는 예비수험생이다. 그나마 경증 장애에 속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두 아이가 대학에 확률이 없지는 않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그 저변에 깔려 있었다.
김 복지사는 “장애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부터 그 진로가 정해져 있다고 보면 돼요. 물론 비장애 아이들도 일반고와 실업고로 진학이 갈리지만 장애 아이들의 경우 그 선택의 폭이 극히 좁다는 게 다른 점이죠. 극단적인 예로 인문계 고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거의 없어요. 부모가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다래와 은빈이가 실업계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지요. 인문계고등학교는 대입을 준비하는 아이들, 그중에서도 비장애아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는 사회 구조가 문제겠지요.”라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만큼 ‘시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아이들인데도, 중요한 진로방향의 결정단계에서는 정작 그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사회가 영·유아기 때부터서의 사회통합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정작 가장 예민한 이 시기에 장애와 비장애를 확연히 구분해버린다면 거기서부터 통합은 이미 단절돼버리는 셈이죠. 물론 능력과 자질을 갖춘 비장애청소년들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대입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장애아이들의 경우는 환경적·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해요. 본격적인 사회성을 형성하고 미래의 상당부분이 결정되는 이 시기에 이미 사회가 아이들의 지위를 나눠버리는 격이에요.”
그는 많은 장애인들이 재활훈련과 사회적응훈련을 무사히 거쳤으면서도 스무 살 이후에는 다시금 집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돌아와 버리는 ‘컴백홈’현상이 생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들의 삶의 진보를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듯 유연성의 단계에서 아이들의 성향과 진로, 행동양식 등을 고착화시키면 장애아이들의 잠재능력은 평생토록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장애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장애청소년만을 따로 구분해서 연구를 하거나 국가차원에서 정책을 세운 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장애인복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청소년·노인 등 대상을 세분화해 지원할 여력도 없거니와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복지사는 “장애청소년을 위한 지원정책은 기본적으로 평등과 참여라는 원칙이 존중되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욕구인 자아실현을 위해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고 교육, 근로 등의 참여권리 역시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기본권리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청소년의 특수성에 따라 소외 부분에 대한 보완적 지원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바라고도 했다. 

낮은 문턱 만드는 사회
결국 장애청소년 문제에 있어서도 강조되는 것은 ‘통합’이었다. 통합은 어느 단계에서 멈추거나 그만두어서는 안 될 ‘인생의 연장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들, 장애청소년들에게 있어 타고난(혹은 생겨난) 장애는 사춘기의 성장통을 이중으로 부과하는 무거운 숙제일 것이다. 장애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회가 더 이상의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될뿐더러 나아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낮은 문턱’을 만드는 일에 앞장 서 주어야 할 때다.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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