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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누는 행복한 임신, 입양국민 인식 크게 개선, 그러나 실천은 아직...
정부. 지자체의 인식개선캠페인 및 지원책 마련 시급
안주영 기자 | 승인 2006.06.16 15:00

지난 해 12월, 차가운 날씨를 녹이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유명 연예인부부인 차인표·신애라 씨가 한 살배기 여아를 입양했다는 소식이었다. 유명인부부의 입양만큼이나 국민들을 놀라게 한 사실은 그들 부부가 7살 난 아이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과 공개입양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었다.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것도 저출산율 국가에서 아이를 공개적으로 입양한 그들 부부의 용기에 그 누구도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신애라 씨는 “배가 아파 낳은 아들과 가슴 아파 낳은 딸 모두 똑같이 소중한 가족”이라고, 차인표 씨는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가 받은 복을 나누고 싶다”라고 말해 ‘혈연’과 ‘혈통’에만 집착했던 우리의 모습을 부끄럽게만 하는 것 같았다.

일반인 입양 의사 61.8%에 달해

최근 들어 입양에 대한 긍정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행복한 출산’이 되기에는 우리 사회 편견의 벽이 높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좋아지고 있고, 거부감도 상당부분 사라졌기 때문. 이 같은 사실은 경남대학교 배태순 교수(사회복지학과)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전국 6개 대도시에서 1,7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일반인들의 입양에 대한 인식 및 태도 연구’를 보면 ‘여건이 허락된다면 입양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있다’, ‘긍정적이다’, ‘상당히 긍정적이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61.8%에 달했다. 특히 불임일 경우 입양을 고려하겠다는 의견이 89.8%로 나와 10명 중 9명은 상황에 따라 입양을 통해 아이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입양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대된 데에는 언론과 시민단체, 입양관련단체의 힘이 컸다. 먼저 언론은 입양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영함으로써 국민들의 관심 밖이었던 ‘입양’을 이슈화했다. 최근 3년간 공중파 3사는 10여 편의 입양 관련 다큐멘터리와 오락프로그램을 편성, 입양인식을 개선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았던 프로그램은 지난 2004년 방영된 SBS ‘사랑의 위탁모’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해외입양이 예정된 아이를 유명 여자 연예인이 한 주간 지극히 돌보는 모습을 밀착 취재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입양아에 대한 인식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공익적 가치를 인정, 제작진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언론과 함께 시민단체와 입양관련단체의 다양한 노력도 ‘입양인식개선’을 이끌었다. 이들 단체는 입양인식캠페인을 시행하고 입양가정에 대한 지원책을 요구하는 등 다방면에서 입양가정을 도와왔다. 또, 입양부모와 아이의 상담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기획,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과 인식개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고아수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해 미혼모 아동을 포함해 가난과 학대 등으로 버려지는 아동이 1만 명에 이르는데도 국내 입양은 약 15%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입양아동수는 1,461명으로 해외 입양아동수인 2,101명에 비해 약 550여명이 적었다. 이는 국내 입양아동수가 1,647명, 해외 입양아동수가 2,962명을 차지하던 1990년과 비교해도 크게 나아진 수치가 아니다.

경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배태순 교수는 “과거에 비해 입양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만 국내입양이 수치상으로는 늘지 않은 이유는 입양이 생각보다 실천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론, 정부 할 것 없이 입양인식캠페인를 꾸준히 시행하고 입양가정에 대한 가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의 선진 입양방식인 공개입양 증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네 집 아이가 입양아라는데…’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굉장히 비밀스런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혹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더라도 그 가정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이러한 반응들이 이상하지 않은 건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속담처럼 우리 스스로가 오랜 시간동안 ‘혈연주의’를 중시하는 유교문화 속에서 살아왔고 그 것이 하나의 관습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국내 입양 역사를 살펴보면 대다수의 가정이 입양사실을 숨기고, 2개월 미만의 아이를 마치 자신이 낳은 아이인 것처럼 키워왔다. ‘무덤 속까지 가져갈 비밀’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결국 ‘자신의 핏줄을 키우지 못하는 가정’을 무시하고 깔보았던 ‘혈연주의’가 입양을 ‘조심스러운 것’ 혹은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꽁꽁 숨게 만들었다.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회장은 “지난 50년간 입양은 숨겨야 하는 것이며, 비밀스러운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인식이 변해가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입양사실’을 떳떳하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입양가정과 입양아의 행복을 위하는 방법입니다”라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파격적일 수 있는 공개입양방식이 미국과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는 보편화된 입양방식으로 꼽힌다. 즉, 대다수 양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입양사실’을 알려주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돕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안젤리나졸리, 니콜키드먼, 톰 크루즈와 같은  할리우드 유명 스타나 최근 아이를 입양한 차인표 신애라 부부 역시 공개입양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공개입양’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높아져서일까. 최근 들어 공개입양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00년 국내입양 527건 중 공개입양이 117건으로 22.2%를 차지했던 것에 반해 지난해에는 434건 중 공개입양이 185건을 차지해 42.6%라는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즉 국내입양 중 절반가량이 공개입양 방식을 택한 샘이다.

동방사회복지회 홍보담당 이성희 씨는 “공개입양이 늘고 있는 것은 입양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부모 위주의 입양이 아닌 아이 위주의 입양이 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장기적으로는 국내입양 비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산기피현상이 입양 감소로 이어져

입양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입양 아동 수는 여전히 감소 추세이다.  입양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봤던 사회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개선되었지만 입양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 ‘저출산’과 ‘출산기피현상’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OECD통계자료를 보면 2005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7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저를 기록했다. 즉, 이처럼 ‘아이 키우기’를 기피하는 나라에서 ‘입양해서 아이를 키우려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가정에서 아이 1명을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데 월평균 82만5000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특히 사교육비 지출은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니 아이를 하나 더 낳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입양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입양해 키우더라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과 똑같은 경제적 책임이 뒤따른다.

한국입양홍보회 한 회장은 “입양 역시 한 가정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이를 낳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개념”이라면서 “입양과 출산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지니기 때문에 출산이 증가하면 입양도 증가하고, 출산이 저하하면 입양률도 저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저출산 사회에서 10여 년 전과 비교해 입양 수가 크게 줄지 않은 것은 그 동안의 노력들이 결실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출산율이라면 30년~40년 후에는 생산 활동을 할 수 없는 피부양자가 급속히 많아져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아이를 한명이라도 더 낳게 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해 2천여 명의 아이들은 부모를 찾지 못해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다.

실효성 있는 입양가정 지원책 필요

‘입양장려정책’ 역시 ‘출산장려정책’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이 2,000명을 외국에 보내지 않는 것과 아이 2,000을 출산하는 것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출산여성과 출산가정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이 사실이다. 지난 50여 년간 ‘세계 최대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도 못한 채 말이다. 

하지만 지난 해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통과됨에 따라 정부의 움직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우선 올 해부터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하고 입양관련단체와 공동으로 국민인식개선캠페인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입양활성화’와 ‘입양가정’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없는 지원책은 오히려 없는 것이 낫다’는 것이 입양 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년 전 수연이(5·여)를 입양한 김정화 씨는 “정부에서 입양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반 아동을 키우는 것에 비해 특별히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입양가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 아이의 입양을 망설이는 부모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에 한 지자체는 ‘실질적 혜택’을 주는 ‘입양가정지원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지난 해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 과천시는 과천지역 아동 및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입양하는 가정에 3년간 1인당 매월 20만원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입양 알선수수료의 절반(100만원)을 대신 내주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직까지 특수한 케이스에 불과하다.

현재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입양휴가 제도화, 입양세제혜택, 입양아 무료보육비사업 등의 시행은 ‘예산 부족’이라는 바위에 부딪쳐 여전히 난항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아동수출국. 우리나라가 이 오명을 벗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장 먼저 입양가정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 아직까지 혈연주의에 얽매어 ‘입양아’와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국민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 작업도 필요하다. ‘대안가정’을 독립적인 가정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 가족지원정책에 반영하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이 같은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때 ‘세계 최대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 사회가 매년 외국으로 보내지는 2,000여 명의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먼 이국 땅에서 ‘나는 왜 다르게 생겼지?’, ‘우리 엄마는 누구지?’라는 생각으로 상처받을 아이가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찾아오길 바래본다.   

글/안주영 기자 사진제공/동방사회복지회

안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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