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서는 지난 2005년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등 단체 내부의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해 성평등 운동, 평화문화 프로그램, 십대 자립 지원 활동, 미디어네트워크 활동을 중심으로 일상에서의 ‘차별과 편견을 넘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직을 너머서
지난 2005년 여성회원들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아 물의를 빚어온 서울 ymca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참정권(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 요구 활동하던 YMCA모임에서 여성단체를 꾸렸다. 남녀가 함께하는 성평등운동 단체 ‘너머서’가 그것이다.
현 너머서 김종남 공동대표 역시 서울와이엠시에이에서 활동해오다 지난 2007년도에 사표를 던졌다. 김 대표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는 문제는 너무도 상식적이라 쉽게 풀릴 거라 여겼지만 아직까지 서울와이엠시에이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표와 같은 너머서 남성회원들은 “21세기 현대에 인권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인권에 반하는 것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투명성과 정치적 민주화를 상실한 시민단체는 있을 수 없다”며 가입을 자진했다.
너머서는 현재 서울시 여성단체로 등록돼 대방동 여성플라자에 작은 사무실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총 회원수 260명, 평균 연령 40대인 이들은 상근지도력을 최소화하여 회원참여에 중심을 둔 ‘잇몸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상시적인 전체회의를 통해 자주 회원들은 만남을 갖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결정한다. 그 결정은 곧 너머서의 활동이고 운영방침이 된다.
조직의 평등문화에 부합하기 위해 너머서는 ‘개방성’을 존중한다. 너머서가 남녀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한 까닭도 동일하다. 너머서는 “남성과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전미옥, 김종남 각 여성과 남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자주 부딪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성차별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죠. 성차별에 관한 것은 인식이자 버릇이며 행동입니다. 그러한 인식들을 바꾸기 위한 활동들이 너머서가 하는 일이죠.”

사회적 편견을 너머서
몸에 밴 습관들을 고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듯 사람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깊이 박힌 가부장문화는 성평등에 치명적인 장애요소다.

너머서 김종남 공동대표.

“한번은 학교에 ‘성 바로보기’ 교육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첫 시간에 드라마나 광고 속에 나타난 성 상품화와 고정관념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후 성 상품화에 대한 교육내용이 남성으로서 불쾌하다는 교장선생님의 평가와 함께 첫 시간을 끝으로 교육을 종료하게 됐어요.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분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예외가 아니라 다수고 정상적인 거였죠.” 성평등 인식이 꽤나 자리 잡혀 있다고 생각한 만큼 당시 상황은 충격이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성평등 교육을 이해할 수 없는 학교 측 사정으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을지가 미지수란 사실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언론 미디어도 문제다. 한국 사회는 계속해서 다원화과 다양화가 존중받고 성평등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 가장 만연하게 퍼져있는 의식은 성차별적 요소가 가득한 광고나 유행어 등에서 볼 수 있는 ‘외모 지상주의’다. 지난해 가장 이슈화 된 ‘루저 발언’과 ‘꿀벅지’ 열풍은 외모지상주의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적인 예이다.
“참으로 웃기는 소리죠. 외모중시 사고를 가져 루저 발언을 한 친구나, 그 말을 듣고 발끈하는 남학생들 모두 루저라고 생각해요.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라면 발끈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요. 이 루저 발언 논란은 일상의 성차별하고 관계가 큽니다. 하지만 이보다도 훨씬 심각한 성차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합니다.”

모든 차별을 너머서
너머서는 성차별 문제를 벗어난 다른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 활동, 청소년 문화사업, 대안소비운동과 생태평화운동, 통신서비스와 디지털 멀티미디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 등이 그것이다.
현재 너머서 활동의 주축인 십대 여성 자립 지원 사업 ‘달콤쌉싸름한 직업여행멘토’는 사각지대에 놓인 1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2인이 지원사격하는 체제를 구축해서 직장후원 및 심리, 정서적 지원을 통해 직무에 필요한 소양을 익히게 한다.
“우리 사회에는 생각보다 방치된 10대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집에 들어가도 계속 가출하게 만드는 환경이 계속되고, 학교는 학생을 포기하고, 시설은 거둘 수 있는 정도만 거두게 되어 갈 곳을 잃은 청소년들이 많아집니다. 청소년 쉼터의 수조차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이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죠. 더군다나 불리한 처지에 있는 10대여성들은 자립을 하기 위해 쉽게 돈을 벌려는 유혹에 빠져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신경써야할 대상이죠.” 너머서는 이들을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벽을 넘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밖에도 수원 화성 평화걸음 걷기명상, 완경기 여성들을 위한 춤 세라피, 필름너머서, 어린이 다문화도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필름너머서는 여성주의 영화, 가족영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평화걸음은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두 번씩 모여 걷기명상을 통해 평화 감수성, 감수성 훈련을 한다. 어린이 다문화도서는 이주여성들과 그들 자식을 대상으로 올초부터 시작했다.
“열약한 환경 속에 놓인 사람들이 너머서 프로그램과 교육활동을 통해 점차 삶의 의지를 가지고 직업과 진로를 찾아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저도 그들이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나 새롭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웁니다.”

우리안의 장벽을 너머서
너머서는 작은 규모라도 회원끼리 재정 자립을 하면서 건강한 운동체를 만들려 한다. 수도권에만 집중되는 시민단체 활동은 탈피, 지역사업소를 열어서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평등문화를 확산시키는 활동에 초석을 다지겠단다. “아직 너머서가 작고 약하고 허술하다는 것도 항상 돌아보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스스로 너머서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사업장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너머서는 지난해 성차별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승소는 성차별로 인한 피해와 고통에 대하여 배상청구액 전액을 인정받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고법 판결문은 벌써부터 여성차별철폐협약 토론회에서 사례로 발표되고 법학박사논문에 인용되는 등,  너머너 성평등 운동의 전략이 사회운동적인 성과를 거두게 됐다.
“올바른 성평등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어떻게 여성들이 차별을 받았으며, 어떻게 개선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청소년 교육이 중요하고요. 우리는 계속해서 평화롭게 설득과 교육을 통해 함께 변화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입니다.”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은 오직 소통뿐이다. 평등과 평화를 위한 모임 ‘너머서’와 함께 우리 안의 장벽을 넘고, 차별과 편견을 벗어나 모두 함께 소통하는 2010년이 되길 바란다.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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