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특집/기획
불안한 한국인 老後농촌지역 노인복지 열악
여가생활도 양극화
배샛별 기자 | 승인 2010.05.03 14:42

“아니,우리 할머니는 서울 할머니들처럼 집근처 복지관에 가서 춤도 추고 친구도 사귀면 좋을 텐데 매번 뭐하시냐고 여쭤보면 ‘방에 누웠다’ ‘집 앞 학교 운동장 한 바퀴 돌았다’ 아니면 ‘노인정에 가서 뜨끈한 구들장에 몸이나 지지고 왔다’지 뭐야.”
지방에 살다가 얼마 전 서울로 직장을 잡은 김모(28)씨는 불만이다. 서울 할머니나, 우리 할머니나 내나 똑같은 할머니인데 사는 모습은 왜 이리도 차이가 나는 것일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 새삼 와 닿는다.

복지시설 지역 편중 심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곳저곳 노인복지시설이 눈에 띄게 늘어섰다. 더욱이 노인복지관은 건강한 노인들이 취미생활·봉사활동·일자리 참여 등으로 보다 활기차게 노후를 보낼 수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통해 노인성 질환을 사전 예방함으로써 가정과 국가의 사회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비롯해 재가노인복지사업을 벌여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현 상황이 서울, 좀 더 나아가자면 경기·수도권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등록된 전국노인복지시설 683개소 가운데 수도권 151개소(전체 22%), 지방 532개소로 수도권과 지방간·시설 분포에서 격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복지 수준도 수도권이 앞선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장관 전재희)가 지난해 실시한 사회복지시설 평가결과에 따르면 전국 노인종합복지관 139개소 가운데 최우수 시설로 꼽힌 66개소 중 수도권(서울, 경기)이 35곳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등 지역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도권 편중에 따른 지역격차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전국 81개 군 중 59개 군에서 고령화율 20%를 초과하는 초고령 지역으로 구분됐으나, 별다른 시설의 도움 없이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을 위한 ‘재가노인복지시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6년 조사 결과 165개 시·군에 141개의 재가노인복지시설이 분포되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군 이하 지역에서는 아예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노인 100명당 영업용 자동차 등록대수가 군 지역의 경우 특·광역시의 1/3, 일반시의 1/2로 드러나 의료와 복지서비스의 접근성을 도와주는 대중교통도 부족했다.

서울은 ‘북적’ 지방은 ‘텅텅’
도심에 사는 노인들의 경우 접근성이 높은 교통편의시설은 물론 병원 및 복지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지만 인구밀집도가 낮은 농·어촌 거주 노인들은 생활을 위한 복지 혜택을 누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체 노인 인구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상북도 영양군이나 영덕군은 노인복지관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이 지역 대부분의 노인은 군청 쉼터나 경로당에 모여 화투나 이야기로 하루를 보내는 정도다. 영양군의 한 관계자는 “군의 재정자립도가 낮다보니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예산편성이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평균 30%를 밑도는 지방정부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와 기초노령연금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노인복지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재정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설사 노인복지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지방자치 내 1개소가 채 안 되고 있어 지역노인들이 접근성 등이 떨어져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충북의 한 노인요양시설은 버스로 한참 들어가 정거장에 내리면, 또다시 시설까지 걸어 들어가야 한다. 거리만 4km나 된다. 지역 노인들은 이곳에 요양시설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른다. 이 때문에 정원은 반에 반도 안 찬다. 텅텅 비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반면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노인요양시설은 병상이 없어 입소하려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유료노인복지시설(실버타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버타운은 보통 도시형, 도시근교형, 전원형의 세 가지로 나뉘는데, 주로 농촌 지역에 위치한 전원형 실버타운은 상당수가 난관에 봉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수도권에 위치한 실버타운 가운데 일부는 정원을 초과했거나 입주 희망자들이 대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추세를 읽은 때문인지 최근 대형 건설업체들은 도시형 실버타운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땅값이 하늘을 찌르는 서울도심 한복판에서 호텔식 실버타운 분양에 나선 업체도 여러 곳이다.

지방노인 ‘때우기’식 여가
“나는 이 복지관이 없었으면 어디 가서 무엇을 했을까? 뭐하고 놀았을까? 친구는 누구를 사귀었을까? 별생각이 다 들어요. 아들 며느리 딸자식들 안 만나도 매일매일 복지관같이 웃겨주고 즐겁게 해주는 데가 어디 있어요. 지속적으로 배우고 봉사하니까 나이도 안 드는 거 같고 세월 가는 게 빨라요. 집에 있으면 지루하죠. 이렇게 활동을 하니까 아픈 것도 모르고 좋아요. 내가 아프지 않고 사니까 이렇게 사람들 도와주기도 하고 또 배우기도 하고 마음도 좋고 늙지 않는 거 같아.”
차모(70)씨와 같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은퇴를 하고도 문화센터건 노인복지관이건 도서관이건 곳곳을 찾아다니며 자신들에게 맞는 여가를 즐기는 등 사회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 경기지역 31곳의 노인복지시설, 문화센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노인여가문화 활성화방안을 위한 실태조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8)’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노인들이 하루 중 대부분을 복지회관이나, 문화 센터 내의 여가프로그램을 참여하며 그 외의 시간은 tv나 라디오 청취, 독서 등 집안 내 여가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여가활동 등, 노인복지 서비스가 활성화 된 수도권
노인들이 여가활동을 하는 주된 이유는 남는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서(61.6%)와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18.7%) 그리고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한 목적이 두드러졌으며, 여가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생각과 취미를 가진 친구와 만났을 때(30.5%)와 여가활동에 몰두하고 있을 때(19.7%)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반면 지방노인들의 여가활동 수준은 ‘바깥나들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방에 노인복지관은 접근성에 문제가 많고, 그나마 동네 가까이에 있는 경로당은 활성화된 프로그램이 없다든가 내용이 취약해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노인들의 의식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청주노인종합복지관에서 공원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이용실태와 복지욕구 파악을 위해 찾아가는 이동복지관서비스 이용 대상자 148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원이용 이유에 대한 질문에 ‘무료해서 여가 보낼 곳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03명(69.6%)으로 조사됐다.
지역의 노인복지시설을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응답과 ‘한두 번 이용하고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복지시설에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후생복지 서비스(식당, 미용, 도서실 등)를 원한다’는 응답은 26명(17.6%), ‘취미·여가 프로그램을 원한다’는 응답이 18명(12.2%)으로 조사돼 노인들의 욕구 충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이동복지관 등을 통한 시설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노년층 상대빈곤율 20% 웃돌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층의 양극화도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돈 있는 자와 돈 없는 자의 빈곤 차이 현상이 또 다시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이 절실한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빈곤층의 구조적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대적 빈곤 가구(중위 가구 소득의 50% 미만 가구)는 2006년 232만7000가구에서 2008년 250만1000가구로 늘었고, 지난해 다시 257만1000가구로 7만 가구 증가해 3년 만에 10.5%(24만4000가구)나 증가했다.
노인층의 빈곤 가구의 비중 역시 같은 기간 35.1%에서 42.6%로 커졌으며, 홀로 사는 노인의 빈곤화가 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는 노인세대 내부의 소득 불평등이 사회전반의 양극화 못지않게 심각한 사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소득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소득분배 동향 고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에서 살고 있는 60세 이상 노인 가구의 지난해 상대 빈곤율은 20.26%로 조사됐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를 넘어선 것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 기준 노년층의 상대 빈곤율은 전 연령대 평균 8.54%의 2배를 크게 웃돈다.
조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고령 가구 빈곤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전국 전 가구의 가운데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상대 빈곤율은 26.82%였다. 2006년 26.72%, 2007년 26.79%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도시 거주 노인보다 농촌에 살고 있는 고령층의 가난이 더 심각했다.

실버타운, 빈곤노년 ‘그림의 떡’
빠르게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에 노인들에 대한 무분별한 방치가 잇따르고 있는 반면, 중상층의 노인들은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기며 남은 노후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고급 실버타운에 노인들은 취미생활을 즐기느라 하루하루가 짧기만 하다.
보건복지부의 2008년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국내 유료노인복지주택은 14곳, 유료양로시설은 64곳으로 모두 8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유료노인복지주택은 전국에 14곳 정도가 되며 규모와 시설 면에서 서울시에 소재한 신성아너스밸리, 시니어캐슬클라시온, 서울시니어강서타워와 부산시의 흰돌실버타운, 경기도의 서울시니어스분당타워가 대표적이다. 다음은 유료양로시설로 전국에 64곳이 있으며 그중 절반 가까운 28개 시설이 경기도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상류층의 노인이 아닌 이상 실버타운 입주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그중 대표적인 실버타운은 도심형이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수의 실버타운과 사업규모를 가진 서울시니어스타워와 국내 최대 규모와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삼성노블카운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버타운은 아파트만한 가격에 월 100만원이 넘는 이용료를 내야 해서 상류층이 아니고서는 입주가 힘들다.
2001년 5월에 개원한 삼성 노블카운티를 들여다보면 입주보증금만 최하 2억4300만원(30평형, 1인 거주)에서, 최고 8억3800만원(72평형, 2인 거주)에 이른다. 여기에 110만∼180만원에 이르는 월 생활비가 든다. 일반 서민들로선 꿈꾸기 어려운 수준이다.
시설 관계자는 “실제 토지가격이며 생활비, 의료비, 여가생활비 등 모두 합치면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실버타운 입주에 대한 지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상류층의 노인이 아닌 이상 실버타운 입주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노후 양극화, 복지로 풀자
노인복지사업 예산은 의무사항으로 재정이 취약해도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갈수록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데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경기와 잇따른 정부의 각종 감세정책 등 재정적 부담이 지방정부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역할을 늘리지 않으면 노인복지정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대두되는 현실이다.
특히 농어촌지역의 노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지리적 불균형이 심해 도시에 편중돼 있다. 또 요양시설, 양로시설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으나 주간보호시설, 재가서비스시설 등은 부족하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시설은 많은 편이나 상대적으로 노인시설은 부족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박사는 “노인복지시설 설치율은 지방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와 사업방향에 의해 민감하게 좌우되고 있다”며 “복지시설 확충과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 등 공적차원 뿐 아니라 민간차원에서의 지원이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복지시설은 이제 단순한 급식이나 주거 편의만을 제공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쪽으로 발전해야하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시설과 실버타운은 개방적인 노인문화활동 거점으로, 노인들이 문화소비자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문화 향유자·생산자로서의 노인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기반이 돼야 한다.
노인에 대한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대한노인회(회장 이심)가 지난 3월 개최한 ‘사회갈등 치유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이성록 한국재활복지대 교수는 “노년기는 쇠퇴기가 아니라 성년기와 다른 구조와 행동원리를 가진 세대”라며 “청장년시대에 간과했던 공동체의식 회복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생을 완성하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갈수록 다양화·고도화·광대화 되는 노인들의 복지욕구가 단순히 투정이 아닌, 삶의 요구임을 이해해야 한다. 노후 문제는 곧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문제이고, 장차 우리들의 문제가 될 것이므로. 

배샛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샛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3  |  팩스 : 02-847-8424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0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