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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가격은 엿장수 맘대로판매상·소비자 모두 골탕 먹이는 ‘오픈프라이스제’
같은제품 가게마다 2배 차이…제조사 교묘히 가격↑
김혜민 기자 | 승인 2010.11.01 14:30

정부는 유통업체들의 가격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다는 취지로 유통업체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오픈프라이제’를 지난 7월 1일 270여 품목에 도입했다. 그러나 일선 유통업체나 소비자들은 가격표시가 없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제조사에서는 이를 악용해 가격을 교묘하게 올리는 수법으로 소비자가를 높이고 있다는 원성도 사고 있다.

지역마다 가게마다 소비자가 천차만별
“이것 얼마에요?”
“1300원이요.”
“이건 얼마고 저건 얼마인가요?”
“돼지바는 800원이고 메로나는 500원이에요. 빙그레 것을 이용해주세요. 빙그레는 다 500원이니까요.”
“왜요?”
“빙그레는 안 올렸고, 롯데는 가격을 올렸어요.”
수원의 한 마트. 같은 제품의 가격이 가게마다 모두 달라 가게 주인과 소비자들의 실랑이가 한창이다.
요즘 동네 구멍가게나 일반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바로 지난 7월 1일부터 도입된 ‘오픈프라이스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오픈프라이스제란 최종 판매업자가 제품가격을 결정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는 권장소비자가격제와는 달리 최종 판매업자가 판매가를 표시하는 제도다. 즉, 실제 판매가보다 부풀려 소비자가격을 표시한 뒤 할인해 주는 기존의 할인판매의 폐단을 근절시키기 위해 소비자가격을 제조업체가 아닌 대리점 등 유통업체가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오픈프라이스를 적용하는 대상은 권장소비자가격과 실제 판매가격 간의 차이가 커 권장소비자가격이 유명무실해진 품목들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권장가격과 판매가격이 20% 이상 차이나는 품목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프라이스제는 1999년 9월 신사 정장 등 의류와 TV 등 가전제품 12개 품목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냉장고 등 20개 품목을 추가해 그동안 32개 품목에 대해 시행해왔다. 올 7월 1일부터 기존의 일부 품목에다 아이스크림 등 247개 품목이 추가돼 모두 270여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소비자만 덤터기 쓰나
하지만 가격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소비자만 덤터기를 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오픈프라이스제 시행 이전에는 권장소비자가격을 통해 비교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가격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기준가격을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구매할 때 권장소비자가격을 중심으로 제품이 싸다 혹은 비싸다고 판단해왔는데 이러한 기준이 없어져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경기 안양시 우 모 씨는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되지 않으니 특정 가게에서 비싸게 파는지를 확인하려면 여러 가게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만 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권장소비자가 표시가 금지되면서 제조업체에서 은근슬쩍 가격을 올린 것 같다는 의심을 쏟아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집 주변에는 편의점 하나와 할인마트 하나가 있는데 멀리가기 귀찮아서 그 편의점으로 갔더니 1000원에 팔던 컵라면이 1400원으로 올라 있었다”며 “오픈프라이스제의 부당함을 아주 절실히 느꼈다”며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소비자가 더 싼 물건 찾으려고 먼 슈퍼까지 가야 하냐”고 반문하며 “그냥 차라리 예전(권장소비자가 표시)이 낫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고 비꼬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7월 13~1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SSM), 일반 슈퍼마켓, 편의점 등 총 32개 판매점에서 판매하는 빙과 및 아이스크림류 7종의 가격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든 품목에서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격차이가 가장 컸던 롯데삼강 ‘돼지바’의 경우 응암동의 일반 슈퍼마켓은 900원에 판매해 북가좌동의 기업형슈퍼 350원에 비해 무려 2.6배나 비쌌다.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으로 유통업체 소비자만 골탕
“아이스크림 포장지에 가격 없는데, 다른데 가서 사면 롯데는 1000원, 빙그레는 700원이죠. 저희는 800원, 500원에 파는 것이고요. 1500원 짜리를 1200원에 팔고 그러잖아요. 가격표는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다 없어졌어요.”
수원의 24시 한 마트 주인의 말이다.
이 주인은 오픈프라이제 도입에 대해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을 비난했다.
“예전에는 다른 가게보다 가격이 비싸면 바로 항의가 들어왔는데 이제는 가격 표시가 없어져 독점하는 곳에서는 다 가격을 올렸어요. 1000원 짜리를 1200원에 팔고 그래요. 저기 위쪽에 가보면 가게가 하나 있어요. 청하 같은 경우 우리는 2000원 받거든요. 거기는 2700원 받아요. 그렇게 해도 불법은 아니니까. 독점하는 곳에서는 바싸게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소비자들은 모르죠. 책상에 앉아가지고 펜대 굴리는 놈들은 이해를 못하는 거야.”
수원 J마트에서도 스크류바가 500원으로 인근 편의점보다 50% 싸게 판매한다.
가게마다 가격이 다 다른 이유를 묻자 “가격은 없어. 지나가다보면 가격은 가게마다 다 다르다. 편의점 이런데 가면 1000원 받는다”고 말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픈프라이스제 시행 이전의 권장소비자가격과 비교했을 때 최저 35.0%에서 최고 114.3%까지 차이가 났다.
유통업태별로는 일반 슈퍼마켓의 경우 점포별 가격차이가 크고,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의 경우도 업체 간에 가격차이가 발생했다.
특히 일부 품목의 경우 같은 상품이라도 판매점에 따라 용량이 약간씩 다른 것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됐다.
롯데삼강 ‘돼지바’와 롯데제과 ‘월드콘’은 대형마트 등 일반 소매점에서 각각 80ml와 160ml 제품이 판매되지만, 편의점에서는 각각 5ml 많은 85ml와 165ml 용량의 편의점 전용 상품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빙그레 ‘메로나’의 경우 올 상반기에 용량이 종전 90ml에서 80ml로 줄어들면서 두 가지 용량의 제품이 시장 안에 혼재돼 있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판매점 간 가격차가 크고, 같은 품목에서도 생산시기나 유통채널에 따라 용량에 차이가 나므로 이에 대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정보 수집 활동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은 기준가격이 없어 구입하려는 상품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알기가 어려워 더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제도 시행 초기에 이러한 소비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T-Price를 통한 가격정보의 내실을 다짐과 동시에 주기적으로 심층적인 가격동향 및 분석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과자와 라면류 은근슬쩍 가격 올려
실제로 오픈프라이스제가 시행되면서 제조업체에서 가격을 교묘하게 올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롯데, 빙그레 등 대형 빙과업체들은 700~800원 하던 빙과류 제품은 1000원으로, 1500원하던 제품은 2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권장소비자가격 폐지는 업체 간의 무한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이를 제조업체들이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 인식은 바코드에서만 가능해졌기 때문에 가격 표시가 안된 아이스크림이 300~500원씩 올랐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수원의 한 편의점 주인은 “오픈프라이스제는 소비자가를 다운시켜서 경쟁을 붙이기 위해 그걸 없앤 건데 상도덕적으로 들어오는 가격을 무시하고 소비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등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1000원을 받아야 되는데 가격표가 안 붙어있는 관계로 1200원을 받는 등 오히려 거꾸로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
이 곳에서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20~30% 세일한다는 문구를 붙였지만 구청에서 단속이 나와 바로 떼어버렸다.
“권장소비자가격이 없으니 세일을 못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전엔 1000원이라는 가격이 고시가 돼 있으니까 1000원에 30%세일이면 700원에 팔 수 있는데 이제는 가격을 알 수가 없어요. 그 자체가 없어져 버린 거예요.”
이 가게 주인은 그래서 궁리 끝에 조그맣게 1000원 짜리를 800원, 1500원 짜리를 1200원으로 붙여 놓았다.
오픈프라이스제도의 대상 품목 중 소비자원이 조사한 아이스크림류, 빙과류, 과자, 라면류 에 해당되는 18개 상품의 6월 평균가격과 7월 평균가격을 분석한 결과 55.6%(10개)에 해당하는 상품의 가격이 인하되고 나머지 44.4%(8개)의 상품 가격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별로는 국화빵(묶음)(775㎖)은 -11.9%로 가장 높은 인하율을 나타냈고, 부라보콘(묶음)(750㎖)과 월드콘 묶음(800㎖)도 10% 가까이 가격이 인하됐다.
아이스크림류에서의 인하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7월 이후 주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와 ‘1+1행사’ 등이 실시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면 새우깡(90g)(3.9%) 등의 과자와 삼양라면(5개)(3.6%) 등의 라면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인상됐다. 

 

공동취재/김인수 기자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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