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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을 잡아주지 못해 미안해…”사회복지직 공무원 故 이민재·강민경·안광남 추모제
정지영 기자 | 승인 2013.05.01 10:36

줌인 _ 故 이민재·강민경·안광남 추모제

“그때 너의 손을 잡아주지 못한 내가 밉다. ‘네가 있어 행복해’라는 말 한마디를 먼저 했다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미안하고, 사랑한다.” 5월 결혼을 앞두고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경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남자친구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그녀에게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성남시 주민센터 사회복지 공무원 강민경(32) 씨는 지난 2월 26일 새벽에 “근무가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 2장을 남기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 강 씨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강민경 씨를 포함해 올해에만 3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업무에 시달리다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울산시 중구 태화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했던 안광남(37) 씨는 3월 19일 자신의 차량 안에서 연탄을 피운 채 숨졌다. 차량 안에서는 “업무 과중”이라는 내용의 유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기혼으로 처와 8세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1월 31일에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한 병원에서 용인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 이민재(29) 씨가 투신해 숨졌다. 이 씨 또한 숨진 채 발견되기 직전 아버지에게 “죄송합니다. 못난 아들 이해해주세요.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더 이상 죽음 안 돼…비대위 “비상시국 선포, 강력대응”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23개 사회복지단체로 구성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3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故  이민재·강민경·안광남 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는 전국에서 모인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직 공무원 600여 명이 2시간여 동안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올 들어 매월 1명씩 3명의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렇게 나서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까 우려돼 복지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
조 회장은 “이번 일로 인한 충격은 사회복지사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다름 아니다”며 “사회복지서비스를 직접 전달하는 우리가 고통을 겪음으로써 전방위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에 구조적 모순이 벌어지고 급기야 그 모순이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것을 우리는 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3명의 동료가 목숨을 걸고 호소했음에도 13개 부처 292개 복지업무가 인력수급 대책, 업무가이드라인, 전문성 진단 없이 일선 사회복지사들에게 쏟아지는 깔때기 현상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간 복지재정 정책 45%, 복지대상자 157.6%가 증가한 반면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4.4% 충원되는데 그쳤다.
조 회장은 “신규 복지사업들까지 집중되면서 말 그대로 사회복지전달체계 자체의 흐름이 깨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현 시기를 비상시국으로 선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의 인권 말살 사례를 확인해 균열이 벌어지고 있는 민·관 사회복지전달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올해 내로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조흥식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시대를 열고 싶다면 그 사각지대인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죽음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거운 짐 다 벗어던지고…” 동료 추모사에 눈물바다
이날 고인들의 동료와 지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추모편지를 읽어 추모식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먼저 간 동료들의 외롭고 지친 어깨를 감싸 안아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오열해 결국 추모사를 끝까지 읽지 못했다. 지난 1월 투신한 용인시 공무원의 동료는 “하늘나라에선 세상의 무거운 짐을 다 벗어던지고 행복하길 바란다”며 울먹였다.
정부의 대책 없는 복지 정책 남발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인천 부평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현장 상황을 무시하고 복지 정책을 입법할 때마다 그 고통은 우리가 다 받았다”며 “사실상 정부가 공무원을 죽여 놓고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끝까지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직 공무원도 “보건복지부나 안전행정부 관계자들이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나서서 복지전달체계를 바꾼 것을 본 적이 없다. 현장에 돌아가서도 하루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싸우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비대위는 ▲감정치유 프로그램 도입 ▲올해 모든 시군구 사회복지사처우 및 지위향상 조례 제정 ▲사회복지사 직무분석 및 실태조사 ▲업무 배치 가이드라인 마련 ▲복지전문가 충원계획 마련 ▲사회복지직 공무원 인력관리 보건복지부로 이관 ▲시군구에 독립적인 사회복지서비스센터 및 주민복지센터 설치 등을 요구했다. 글·사진/김인수기자

故이민재
-1984년 4월 29일 출생
-2007년 2월 20일 강남대학교 사회사업학과 졸업
-2008년 9월  1일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임용
-2013년 1월 31일 영면(용인시청 노인장애인과 근무)
故 강민경
-1982년 12월 29일 출생
-2005년  2월 22일 수원대학교 성악과 졸업
-2007년  8월 24일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원 졸업
-2012년  4월  5일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임용
-2013년  2월 26일 영면(성남시 분당구 정자1동 근무)
故 안광남
-1977년 11월 13일 출생
-2004년  8월 울산대학교 정책외교학과 졸업
-2013년  1월 14일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임용
-2013년  3월 19일 영면(울산 중구 태화동 근무)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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