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립중앙노인복지관에서는 노노케어(老老Care) 사업 중 ‘또래 보듬이’라는 이름으로 건강한 노인이 어려운 이웃의 노인에게 밑반찬배달을 하는 자원봉사차원의 일자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건강한 복지관의 재가복지 노인일자리 서비스로 최근 노노케어 사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것과 관련해 홀로 있는 노인의 문제를 이웃과 동년배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노인복지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랑과 우정 나누는 밑반찬 배달
지난달 18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서초구립중앙노인복지관 식당내. 분주하게 노인자원봉사자들이 밑반찬 배달 할 것들을 도시락 가방에 싸고 있다. 그 중 연세가 많은 전중세(82) 어르신은 이날 3가정을 방문하기 때문에 3개의 도시락을 큰 가방에 한꺼번에 넣었다. 밑반찬은 당일 준비한 재료로 복지관내 식당에서 준비한다. 메뉴는 닭가슴살 카레, 감자조림. 요구르트 등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법한 밑반찬들이다.
매주 화, 금요일 마다 밑반찬 배달 서비스는 진행되고 있으며 그 때마다 메뉴는 달라진다.
오후 2시가 되자 전 어르신은 묵직한 도시락 가방을 들고 배달을 시작했다.
먼저 복지관과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서초3동 소재 황의여(90) 어르신 댁에 방문했다. 전 어르신이 “할머니 반찬 가지고 왔어요”하고 말하며 방문을 두드리자 황 할머니는 문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황 할머니는 “어여, 들어와 음료수 먹고가”하며 전 어르신을 방 안으로 안내했다.
전중세 어르신은 정성스럽게 준비된 밑반찬 도시락을 황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황 할머니는 “고마워, 잘 먹을게”하며 감사 인사말을 한 뒤 ‘수혜자 배달 확인’이라는 증명서류에 체크를 했다. 이 서류는 올해부터 진행된 것으로 ‘확실하게 배달이 완료 되었다’라는 확인증명서라고 전 어르신은 설명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언제나 그랬듯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황 할머니는 거동이 힘들어 복지관의 밑반찬 배달 도움을 받고 있다. 26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3남매의 자녀를 두고 있지만 자녀 모두 나이도 들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황 할머니를 못 모시고 있는 상황이다.
전 어르신은 2013년 3월경 ‘또래 보듬이’ 모집공고를 보고 알게 되어 참여하고 있다.
전 어르신은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며 “하다 보니 보람도 되고, 항상 반갑게 맞아주시는 황 할머니가 어머니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중세 어르신은 황의여 할머니에 대해 “아직도 폐지를 주으러 다니실 정도로 정정한 편이지만 건강이 작년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할머니는 교인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밥도 드시고 빵과 우유를 받으면 집에 두었다가 손님들을 대접하기도 한다. 주로 교회 지인들과 집에서 대화 나누는 시간이 많다. 집에 가면 고맙다며 손 붙잡고 기도도 해주신다. 재미있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열 살 정도 차이나지만 전중세 어르신은 할머니에게 아들과 비슷한 연배라고 하면서 거리감 없이 친근하게 대한다.          
전 어르신과 같은 또래 보듬이 참여자들은 총 10명. 모두 26가정에 방문하여 밑반찬을 배달하며 복지관내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달 20만원의 급여가 지급된다.
전 어르신은 “그분들(밑반찬배달서비스대상자)이 있어 활동할 수 있다. 경제적인 것보다도 내 건강을 위해 참여하고 삶에 활력이 된다. 내 몸이 건강하니까 활동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일자리 늘리고, 친밀감 형성도로 만족감 높여
또래 보듬이는 급속한 노령인구 증가에 따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방식으로 돌봄 수요를 충족시키는 ‘老-老 케어’로 밑반찬 배달을 하면서 안부도 묻고 말벗도 하면서 정서지원도 함께 도모하는 활동이다. 참여자들은 보통 하루에 2~4집 밑반찬배달을 한다. 지원대상자들이 다음 배달 일까지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한 양의 밑반찬을 담아 제공하고 있다.
대상자 선별과정은 복지관 재가복지팀에서 관리한다. 주로 대상자사례를 통해 지역내 저소득층어르신 및 독거어르신 등 기초생활수급자로 나뉘어 거동불편 및 형편이 열악한 노인가정을 대상으로 선별하고 있다.
또래 보듬이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참여자들은 1년에 7번 정기교육을 받는다. 두 달에 한 번에서 두 번 꼴로 직무교육 및 건강관리법, 상담관리, 대화 등을 배우고 있다.
올해 1월 추가 5명을 모집하여 정원 10명으로 정해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유대근 서초구립중앙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복지관 개관 때부터 지속해 온 밑반찬 배달사업은 주로 일회성 만남이 아닌 꾸준한 만남으로 친밀도를 높이고자 정원 10명 그대로 가고 있다”며 “큰 사정이 없는 한 꾸준히 이어가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상자들의 2012년 노노케어로 사업이 전환된 후로 자원봉사자의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가정방문 지원은 정해진 시간 동안 청소나 설거지, 집수리 및 시장보기 등이 해당되지만 활동 어르신들도 고령이라 현재 밑반찬 배달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밑반찬 재료는 복지관에서 지원하고, 노인인력개발원 예산 지원으로 참여어르신의 활동비가 지급되고 있다.

서초구 노인일자리 창출, 연중 12개월로 늘려
서초구는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노인일자리 창출이 아닌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과 노인일자리로 인한 수혜자 모두를 고려해 서초구만의 특화된 사업을 지난 2012년부터 시행했다.
구는 보다 많은 어르신들에게 장기간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2013년 노인일자리 사업기간을 7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한 것은 물론, 어르신이 어르신을 돌보는 ‘또래 보듬이(老-老케어)’사업의 경우 9개월에서 12개월 연중사업으로 추진했다.
서초구 노인복지팀 담당자는 “이 사업은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발마사지, 건강식 배달, 영양 지도 등 건강관리와 말벗, 활동 보조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총 38명의 어르신들이 돌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또래 보듬이’처럼 12개월 연중사업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 지역아동센터 급식도우미,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강사, 보육시설 강사 도우미 노인일자리사업에 확대 운영할 예정이며, 따라서 12개월 연중으로 일자리를 얻게 되는 어르신 역시 30명에서 100명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또래 보듬이 외에도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대표 노인일자리로는 도담선생님(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사과나무 방과후교실(초등학교 방과후교실 강사), 노인모델 등이 있다.
 

                                                                  공동취재/문혜원·박선미 기자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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