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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으로 행복한 삶 찾았어요”박경인 장애인 클라리넷 연주자
기쁜우리복지관 소속 우리챔버오케스트라 단원
문혜원 기자 | 승인 2014.12.31 14:11

장애인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더욱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자신감을 찾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이 하는 노력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그들.  하지만 그런 틀을 깨고 새로운 배움을 통해 자신만의 희망을 찾는 이가 더러 있다. 앳된 소녀 21살의 박경인 씨 클라리넷 연주자가 바로 그 주인공. 그녀는 클라리넷을 통해 삶의 희망을 발견하고 행복을 연주한다. 그녀에게 클라리넷은 단순히 악기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인생을 알게 해준 고마운 친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디게 악기를 배웠지만, 현재는 여느 누구보다도 훌륭한 연주로 주위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보내다
박경인 씨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태어나던 해 엄마 품이 아닌 한 미혼모시설에 맡겨졌다. 어린 아기부터 모든 것이 낯설은 환경과 처음 마주해야 했다. 어린 아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혹독한 세상속에서 오로지 홀로 자라야 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그녀는 그것을 잘 견뎠다.
처음 그녀가 머물러야 했던 시설은 부산 소년원.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이후 서울 소년의 집에 옮기면서 장애판정(지적장애 3급)을 받았다. 이어 동천의 집(장애인 생활시설)에 맡겨지고, 2005년 12월 임마누엘공동체(장애인고동생활가정)에 입소했다. 여기서 초등학생나이 때까지 지내다가 지난 2013년 10월 강서구 가양동 소재 기쁜우리복지관 소속 현 등촌1공동체(자립준비홈)로 전원하게 된다.
그때쯤에는 중학생이 되던 해였다. 예민한 사춘기시절에 그녀가 겪는 일은 차가운 사람들의 시선과 냉정한 현실이었다. 그동안 쭈욱 장애인학교에 다니다가 등촌1공동체로 전원하게 되면서부터는 일반학교로 가게 되면서 비장애인학생과 처음 어울려 지내야 했던 박경인 씨는 생활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지 못했어요. 저보고 장애인이라고 놀리고, 심할 때에는 왕따까지 당했어요. 너무 힘들고 하루하루가 우울했어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룹 홈에 있는 아이들과 지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전원을 하게 되면서 오는 적응기간이라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비슷한 사연을 가진 친구들을 알게 되면서 친 자매?형제처럼 지내게 됐다. 현재 총 4명이 함께 지내는 무연고 시설홈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지내고 있다.
“힘들 때마다 부모가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처지에 대해 비관적이기 보다는 그냥 힘든 것이 싫었을 뿐이에요. 지금은 같이 사는 친구들과 사는 것이 재밌어요.”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을 채찍질 하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부모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현실을 인정하니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지금보다 정신차려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친구를 만나다
기쁜우리복지관에 오면서 담당 복지사선생님의 도움으로 클라리넷을 배우게 된다. 그전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콘도라베이스를 처음 배우고 다뤘으나 1년간 한 뒤 클라리넷으로 바꾸게 되었다.
박경인 씨는 담당사회복지사로부터 기쁜우리챔버오케스트라단원으로 추천받았다. 그녀의 담당사회복지사 임종민 부장은 “음악을 배우고 함께 하는 친구들과 협동심, 배려심을 알게 하여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서였다”라고 전했다.
기쁜우리챔버오케스트라단은 2010년 1월 창단됐으며 총 23인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박경인 씨와 같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들로 이뤄진 비전문가 관현악단이다.
복지관에서는 지적·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음악적 소질과 재능을 발굴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동체사업으로 인식 개선과 사회통합에 기여하고자 마련했다.
박경인 씨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악기를 배우면서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낙천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로 변천시키게 된다.
“처음에는 박자, 음정, 악보 등과 같은 것이 맞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늘 지적받기 일쑤였고,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어요.”
늘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았던 박경인 씨는 악기만큼은 꼭 잘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연습을 꾸준히 하고, 더딘 배움의 속도를 빠르게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한 두 시간이면 끝나고 익힐 음계를 하루 이틀, 또는 한 달이 걸려 익히기도 했지만 그녀는 계속 배우면서 음악이 정말 좋아져 버렸다. 노력했던 성과도 천천히 실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습량에 따라 천천히 나아진다는 선생님의 칭찬으로부터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클라리넷은 정말 매력 있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부는 건 힘들지만 불고 나서는 기분이 정말 좋아지거든요. 연습을 많이 하면서 오는 뿌듯함이 제일 좋았어요.”

배려심과 협동심이 생기다
2년간 기쁜우리챔버오케스트라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어색했던 친구들 사이도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각자 자신만의 악기로 자유자재로 연주하다보니 다른 악기와 화합을 해야하는 부분에서 맞지 않아 엉망진창이 따로 없었지만, 서로 맞추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 연습을 하고, 또 연습을 했다.
“지금은 서로 어떻게 연주할 지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느낌이 왔어요. 지금은 모두 마음이 하나 되어 악기를 연주하고 있어요.”
박경인 씨는 단원들과 활동하면서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법도 깨닫게 되었다. 함께 있는 친구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생기는 따뜻한 온정을 느끼면서 그녀는 차츰 밝은 성격을 되찾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학교생활도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비장애인친구들과 가까이 지낸다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같이 자신을 미워하고 책망하는 버릇은 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밝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이 먼저 변해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서 주위의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꿈도 생겼어요. 예전에는 남들 앞에 서는 것조차 무서워하고, 피했는데, 몇 번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니 너무 감사하고, 기뻤어요.”
악기를 배우면서 그녀는 선생님으로부터,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아야 돼.”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면서 박경인 씨는 자신을 사랑하고 먼저 인정하는 법을 터득해야 행복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평범한 여성, 행복한 사람이고 싶어요
박경인 씨는 현재 기쁜우리복지관의 ‘조이아 2호점’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녀는 손님들에게 가끔 클라리넷 연주를 들어주기도 하고, 커피를 볶는 일을 한다. 매일 오후 4시까지 근무한 후에는 복지관 연습실로 클라리넷을 어김없이 들고 이동해 자기만의 연습을 하러 간다. 매주 수요일에는 오후 5시부터 6시 반까지 단체 연습이 있고, 7시부터 9시까지는 개인레슨이 있어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매일 바쁜 하루 속에 보내고 있는 그녀는 클라리넷 연주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중에는 저만의 예쁜 카폐를 차려서 오는 손님들에게 제 연주를 즉흥으로 들려주고 싶어요. 이왕이면 결혼도 해서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꼭 아이엄마가 되면 아이에게 늘 ‘사랑한다’고 들려줄거에요. 그리고 제 가족과 함께 악기를 배워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 제 꿈이에요.”
박경인 씨는 지금까지 세 번의 단체 정기 연주회에 참가했으며, 독주연주회는 네 번째 실시했다. 지난달 18일에는 복지관에서 독주연주회를 가져 성황리에 마쳤다.
‘시월의 멋진날’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아름다운 선율과 ‘안단테칸타빌레’의 활기참의 선율을 좋아한다는 박경인 씨는 행복한 연주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클라리넷을 들고 복지관으로 향한다. 앞으로 그녀는 악보 읽기를 지금보다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함께 사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들에게 아낌없는 배려와 사랑도 나눌 계획이다.
어려운 성장 속에서도 꿋꿋하게 미래를 밝게 설계하는 박경인 씨. 무엇보다 자신의 장애를 딛고 주위사람들에게 감동을 들려주는 음악으로 성공적인 연주를 하는 그녀의 도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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