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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처 사업, 정부 최저임금 보장해야…운영비 0원장애인활동지원사업, 최저임금도 지급못해…시간당 169원적자
박찬정 | 승인 2016.06.10 11:25

바우처 노동자, "생계 책임지는 가장, 자원봉사자로 착각하지마라"

정부, 돌봄노동자 저임금 당연시…최저임금 위반 앞장서

 

2007년부터 정부는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이하 바우처 사업) 중 하나로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을 해 오고 있다. 2016년 정부가 지급하는 수가는 시간당 9000원. 최저임금인 6030원을 기준으로 해도 4대 보험, 주휴수당, 연차수당, 퇴직금을 포함하면 시간당 9169원이 필요하다.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의 특성상 월 200시간 이상 장시간 일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 연장근로를 했을 시에 시간당 1만 3754원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정한 시간당 수가 9000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6800원 이상을 임금으로 지급하라는 지침만을 만들어 놓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대놓고 최저임금 위반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바우처 사업에서 정부는 예산을 수립하고 지급만 할 뿐 실제적인 사업은 민간에 위탁하여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위탁을 받은 활동지원기관은 엄청난 적자를 감내하던지 6800원선에 맞추어 최저임금 미달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지속적인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활동보조인들의 희생에 기댈 수밖에 없다. 2015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6만 5300명에 달한다. 이들 모두 정부가 앞장선 최저임금 위반의 피해자이다.

현재, 돌봄 일자리의 대다수에서 여성이 일하고 있다. 장애인활동보조원 뿐 아니라 노인 돌봄, 가사간병 등 정부의 바우처 사업의 종사자 대다수도 여성노동자이다. 이 사업에 지원되는 수가 또한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이 수행해온 돌봄 노동을 하찮은 것으로 간주해온 이 사회의 통념이 정부가 수행하는 사업에도 투영되어 돌봄 노동자의 저임금을 당연시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사회서비스 바우처 노동자들이 모였다.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돌봄 여성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위반에 강력히 항의하며 열악한 사회서비스 바우처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사회서비스 바우처 노동자 처우개선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우처 사업은 장애인, 환자,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하지만 돌보아줄 이가 없는 이들을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복지사업이다. 정부가 원청 사업자로 민간에 하청을 주고 파견과 노동자 관리를 위탁하는 구조이다. 종사하는 돌봄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여성이다.

 

윤혜연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협회장은 “정부가 하청인 민간지원기관에 제공하는 돈을 수가라 하고 이는 일한 시간 단위로 지급된다. 임금인 시급,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수당부터 사업주 부담분의 4대 보험, 관리운영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지원기관들은 이 안에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과 운영비를 모두 충당해야 한다”며 “문제는 수가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가사간병, 노인돌봄은 9800원.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9천원이다. 가사간병, 노인돌봄사업은 최저임금을 겨우 맞추어줄 수 있지만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못 한다. 운영비는 0원에 시간당 169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 협회장은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잠을 자야 일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최소한 최저임금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 사장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책임 떠넘기기의 태도에 돌봄 노동자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노인돌봄바우처 노동자인 백옥례 요양보호사는 “나는 고2 자녀를 둔 한부모”라고 밝히면서 “나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은 입, 퇴원을 반복하고 개인 사정에 따라 일정을 바꾼다, 일을 하지 못하면 시급도 없다”면서 이는 생계와 직결된다며 호소했다.

 

또한 과도한 일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안경 쓴 사람이 싫다, 뚱뚱해서 싫다고 사람을 바꿔 달라고 요구한다. 딸, 사위가 마늘장아찌를 좋아한다고 마늘 4접을 사 놓고 손질을 요구하거나 자식들에게 나누어 줄 김장을 요구한 경우도 있다. 마치 하녀처럼 요양보호사들을 부리려는 이용자들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런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거부할 경우 노동자의 교체를 요구하거나 지원기관 자체를 갈아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모두 정부가 경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진행한 시장화 때문이다. 영리업체 간 경쟁이 격화된 시장에서 이용자들은 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도, 정부도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최측은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돌봄노동의 저평가 ▲지나치게 낮은 수가 ▲일자리의 불안정성 ▲공공성 상실 ▲노동자 보호 시스템 부재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돌봄노동자들은 “진짜 사장 정부가 책임져라”면서 “최저임금 미달에 대해 사과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위반, 진짜사장 정부”라고 씌여진 펀치볼에 일격을 가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나는 바지 사장이고, 정부가 진짜 사장이라구!”, "내 임금 다시 계산해!" 라고 소리치며 펀치볼을 힘껏 내리쳤다. 진짜 사장은 정부다. 정부가 책임져야할 일이다.

 

박찬정  bj402@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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