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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story_아름다운 마무리, 웰 다잉(well-dying)웰빙well-being에 이어 웰 다잉well-dying을 준비하다
편슬기 기자 | 승인 2016.06.20 13:41
먹고살기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공연을 관람하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맞추고 있다. 2005년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웰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삶의 여유를 갖게 되고,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나를 돌아보면서 시작된 웰(well)은 이제 의식과 행동(being)을 넘어 죽음까지 준비하는 다잉(dying)에까지 이르렀다.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웰 다잉
‘별이 빛나는 밤에’, ‘해바라기’ 등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살아생전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중략)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고흐가 편지에 남긴 글대로 죽음까지 천천히,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일까. 하지만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연속으로 이뤄진 사람의 인생에서 사고나 병을 앓지 않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언하기는 쉽지 않다.
이렇듯 죽음은 80년 후에 찾아올 수 있지만 당장 내일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삶의 매 순간 순간에 충실해야함과 더불어 지나간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을 대비하는 ‘웰 다잉’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죽음’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준비를 통해 아름답고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웰 다잉. 시중에는 이미 웰 다잉을 다루는 건강 서적들이 발 빠르게 출시되고 있으며 웰 다잉 전문교육을 위한 강사 양성과정, 복지관 웰 다잉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체험을 통해 웰 다잉 배운다
이미 여러 노인복지관에서는 웰 다잉을 노후준비의 하나로 보고 전문 교육강사들을 초빙해 웰 다잉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6회기에서 최대 14회기정도로 운영되며 ▲죽음에 대해 이해하기 ▲자서전 작성 ▲주변 정리 ▲유언장 작성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임종체험 ▲장례문화 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어르신들은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이 나 자신과 가족, 지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배우고 어떻게 해야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게 된다.
 
1)죽음에 대해 이해하기
먼저, 웰 다잉을 위해서는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고 피하기만 했던 현재의 나를 버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거치듯 죽음 역시 삶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참가자들과 함께 죽음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주고받으며 죽음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또한 나 스스로와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진정한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2)자서전 작성
죽음에 대한 이해를 마쳤으면 이제 저마다의 이유로 각자 바쁘게 인생을 보내오느라 정작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현대인들에게 ‘자서전 작성’으로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간 있었던 기쁘고 행복했던 일 또는 슬프고 화가 났던 일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동안 내가 살아온 인생은 어땠으며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자서전 작성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나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과정은 인생의 의미를 제고하는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남은 삶과 주변인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3)주변 정리
주변 정리는 물질적인 것부터 마음의 빚과 같은 정신적인 것까지 다양한 부분에 적용된다. 사망 이후 고인의 물품을 처분하는 것은 남은 가족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사망 전에 본인이 직접 버려야 할 물건, 무료로 나눠주거나 기증하고 싶은 물건, 간직해줬으면 하는 물건 등으로 분류한다면 남은 이들의 짐을 한결 덜어줄 수 있다. 형태가 없는 기술적인 노하우 같은 경우 usb와 같은 저장매체에 한글파일로 저장해서 넘겨주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남겨뒀던 마음의 빚을 처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도했거나 혹은 의도치 않았던 모진말로 내가 상처 입혔던 사람, 혹은 쑥스러워 표현하지 못했던 말 등 분명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있는 말들이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감사와 용서의 말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진심을 담아 전해보자 한결 가벼워진 영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과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의사가 더욱 중요하기에 당신의 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음을 유의하자.
 
4)유언장 작성
법적인 부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법적효력이 보장되는 유언장 작성을 통해 사후 재산분배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가족들의 분쟁을 막고 사후 자신의 뜻이 가족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유언장은 필히 작성해야 한다. 유언장 작성은 보통 자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나 녹음 등의 방법도 있다. 유언장이 반드시 법적 효력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유언 전문을 포함,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필로 기재하고 날인해야한다. 또는 공증인을 둔 공정증서로 작성해 유언장의 법적 효력을 보장 받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유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분쟁을 사전에 예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별도의 비용이 추가되니 공증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의 유언장 작성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5)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사전의료의향서는 작성자(환자) 자신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 가족, 혹은 타인(의사)에 의해 시행 될 가능성이 있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 혈액 투석 등의 연명이나 사후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밝히는 서면 행위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환자나 가족들이 받을 신체적, 경제적 고통을 사전에 예방하고 정신적으로 평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웰다잉법)이 제정되면서 작성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전의료의향서의 양식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지원단(http://www. hope9988.com/)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으며 굳이 해당 양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환자 본인의 의사를 서면으로 기록하거나, 평소 그런 의향을 가지고 있음을 주변사람들에게 밝히는 것만으로도 효력이 증명된다.
 
6)임종체험
웰 다잉 체험 프로그램의 백미는 바로 임종체험이다. 웰 다잉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한 호스피스병동이나 전문임종체험센터가 속속들이 생겨나면서 누구나 쉽게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임종체험이라는 색다른 프로그램에 노년층뿐 아니라 10~20대의 젊은층들도 서비스 업체를 찾고 있다. 센터에 따라 비용이 유료이거나 무료인 경우가 있으니 잘 알아보고 신청하는 것이 좋다. 신청을 마치고 체험을 시작하게 되면 보통 가장 먼저 영정에 들어갈 사진을 촬영한다. 이어 간이로 마음에 담아뒀던 말을 글로 풀어내는 유언장 작성의 시간을 가지고 작성을 마친 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직접 작성한 유언장을 읽는 시간을 따로 가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수의로 옷을 갈아입고 관속에 눕게 되는데 의식을 갖고 임종을 체험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해 가슴 깊이 생각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일정 인원수를 채우면 단체로 진행하거나 혹은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경우 가족단위 소규모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회사에서 복지차원이나 워크샵의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니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는 꽤나 다양하다.
 
7)장례문화 교육
아울러 장례문화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배운다. 오랜 관습으로 이어져 온 ‘매장’부터 78.8%가 선택할 정도로 이젠 보편적인 장례방식으로 자리 잡은 ‘화장’, 자연 친화적 장례방식인 ‘수목장’과 대기권 밖으로 쏘아 보내지는 ‘우주장’, 부표를 띄우고 지정된 장소에 화장한 유해를 뿌리는 ‘해양장’ 등 생각보다 다양한 장례 방식이 있어 살아생전 자신의 성향에 맞는 장례 방법을 선택해둘 수 있다. 최근에는 땅에 묻는 매장방식을 지양하고 자연을 생각하는 장례 방식을 선택하는 게 추세라고 한다.
이외에도 예식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준비해서 결혼 비용을 줄이는 셀프웨딩(self-wedding)과 같이 장례식의 규모를 아예 축소하는 ‘작은장례’도 새로운 장례문화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 장례비용은 약 1200만원가량이 소비된다고 한다. 유족들은 고인에게 살아생전 잘 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고 가시는 길 조금이라도 평안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장례에 무리해서 정성을 쏟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장례식에 지나친 비용을 들이게 되고 결국 비용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장례식 문화에서 이런 허례허식을 버리고 조촐하게 장례를 치루는 ‘작은장례’ 운동이 지자체단위로 확산되고 있으며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장례문화 인식개선 추진단’을 위촉하고 실천 서약서를 작성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서서 작은 장례를 실천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역시 저가를 내세운 작은 장례식을 이미 2009년 이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미리 준비하는 죽음의 아름다움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죽음 같은 것들은 형태가 보이지 않기에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생을 살아간다. 그러다 죽음이 눈앞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그런 의미에서 웰 다잉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축복과도 같다. 삶을 천천히 정리할 시간을 미리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죽음을 앞두고 후회할 일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천천히 웰 다잉에 대해 공부하면서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음을 명시하되 언젠간 맞이해야만 하는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삶의 마침표를 찍는 날, 지난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을 칭찬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웰 다잉이 아닐까?
 

글/ 편슬기 기자
자료/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외

편슬기 기자  bj303@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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