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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_성과 재생산 포럼인구정책을 통해 본 한국의 생명정치
월간 더불어사는사회 | 승인 2016.08.10 11:46

키워드는 ‘인구정책’과 ‘생명정치’
처음 열리는 포럼은 ‘인구정책’과 ‘생명정치’를 키워드로 진행했다. 이유는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낯선 ‘성과 재생산’을 둘러싼 권리와 정의의 문제가 특수한 이슈가 아님을, 특히나 여성 몸을 가진 사람의, 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수한’ 문제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이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필요한 일이고 절감했기 때문이다. 성과 재생산의 문제는 개인의 욕망과 실천에서부터 국가의 정책과 통치의 방향까지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있고, 사실상 인간에 대한 거의 모든 것과 연관돼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국가가 생명을, 인구를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고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생명정치를 통해 본 성과 재생산’에 대해서 발제한 이유림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원은 미셸 푸코의 논의를 통해서 생명 권력이 개별 신체를 훈육하는 다양한 장치들(학교, 감옥, 병원, 작업장 등)과 인구를 관리하고 조절, 통제하는 측면들을 잘 비출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는 섹슈얼리티, 성적 규범, 몸과 정상성, 결혼과 가족이라는 제도 등이 핵심적으로 개입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동안 생명 정치나 생명 권력에 대한 논의에서는 주변적으로 다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성과 재생산에 대해 장애와 젠더,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논의하려는 우리의 시도와 잘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성과 재생산에 관한 영역은 개인적인 욕망과 신체의 자유 등과 매우 연결돼 있기 때문에 권력에 대해서 문제삼는 것이 까다롭기도 한데요, 모든 문제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미 우리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영향을 주고, 규범과 제도 속에 있기 때문에 신화에 가깝습니다”라며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장애여성운동이 꾸준히 말해오기도 했고요. 또 하나의 까다로운 점은 점점 발달하는 재생산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문제입니다. 문제, 질병,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은 이로운가?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발제자는 ‘보통 사람들’과 시민사회, 인권운동이 과학 지식과 기술 생산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전문가주의에 계속 도전해야하고, 과학기술이 불평등이나 자본의 극대화를 이루는데에만 동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수동적 여성들의 변화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의제센터장의‘재생산을 둘러싼 국가와 여성의 역동: 시기별 변화의 양상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가 시작됐다. 이 발제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국가가 인구정책, 가족계획 정책 등의 이름으로 어떤 시도들을 해왔는지를 살펴봤다. 또한 여성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단지 수동적인 대상이 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위해서 움직여 왔는가를 추적했다. 여성운동은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시술 병원 고발 움직임에 맞서 공식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을 해왔는데, 주로 어떤 지점에 초점을 뒀고, 그것의 한계는 무엇이었는지를 평가했다.
국가가 여성의 몸을 재생산의 도구로 다루고, 우생학적인 관점에서 인구의 질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왔는데, 이에 대항하는 여성운동의 담론과 실천은 정상성의 기준, 젠더 규범, 의료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를 가졌다. 저출산의 위기가 강조되고, 이것이 다시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의 압력으로 돌아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권이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성과 재생산의 권리가 어떻게 빈곤과 생산성을 다루는가 등 다양한 측면들을 함께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성적 권리,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의를 다양한 억압과 교차적으로 다룸으로써 은폐된 차별을 드러내고, 보다 삶의 가능성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 같다. 발제자는 마지막으로 임신출산을 하지 않기로 한 레즈비언과 같은 이들에게도 이러한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돌봄의 문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권력과 개인의 선택 구분은 어려워
토론자로 초대된 심성보 킹콩랩 연구원은 생명정치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보완해줬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두 발제가 생명정치의 논의를 현실에 착근시키고 개념을 새롭게 갱신하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푸코의 이론이나 생명정치 개념을 통해서 인구와 생명정치가 재생산 정책, 우생학, 수용소 등의 문제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잘 볼 수 있었으나 권력과 개인의 선택을 단순히 구분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단지 국가와 싸우거나 혹은 제도화를 위한 노력으로만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두 번째 토론자인 배은경 서울대 여성학 협동과정원은 오랫동안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한국사회의 재생산 정책과 문화에 관한 역사를 정리하고 현실에 개입해왔다. 이번 포럼에서 푸코의 이론과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성과 재생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의미가 있으면서도, 젠더 관점이 부차적일 수밖에 없고, 집합체로서의 인구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여성 개인들의 삶을 다루는 것은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고객주의로 변신하고, 그것을 다시 국가가 정책으로 정당화하는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운동이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성평등의 비전 안에 그 노력을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로 존중하고 강화하는 과정 필요
3시간동안 쉬는 시간 없이 40명 가량의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와 집중 속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청중의 질문과 의견도 활발하게 오갔다. 결혼이주여성이 재생산의 도구로 인식되는 문제는 성평등의 시각뿐만 아니라 인구정치와 이주자, 우생학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실제로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항상 ‘돈’의 문제로 환원되는 국가의 정책 생산 매커니즘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산부인과 관련 의료인이라는 점을 밝힌 청중은 의료권력의 문제를 대항하기 위해서 누구에게나 필요할 때 의료접근성이 강화돼야 함을 강조했고,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실현시킬 수 있는 보건의료진을 꾸려나가는 것이 활동가와 시민과학 역할이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또한 이러한 논의에서 한국사회의 입양과 관련된 정치와 역사가 다루어질 때 보다 넓은 시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서 여성운동의 주장과 실천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서 여성주의, 우생학 비판, 질병과 장애를 둘러싼 정상성 담론이 복합적으로 다뤄지고 서로를 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의 경험을 존중함으로써 성과 재생산 영역에 작동하는 복합적인 권력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실천도 가능할 것이다.
글/나영정 장애여성공감 정책연구원
사진/장애여성공감, 이천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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