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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병원비, 언제까지 가정에만 짊어지게 할 텐가
월간 더불어사는사회 | 승인 2016.10.18 14:26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건강보험 재정통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누적흑자는 8월말 기준 20조1766억원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어린이재단 등 61개 단체로 이뤄진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이 흑자분의 일부분을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 환자의 치료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의당,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어린이 병원비 당사자 증언대회를 개최해 병원비로 고통받는 가정의 실상을 알리고 국가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병원한번 갈 때마다 200만원
“한창 자랄 나이의 11살 아들이 키가 자라지 않아 어렸을 때와 똑같아요. 체구가 작아 자주 쓰러져서 구급차를 타고 서둘러 병원에 가는 게 한두번이 아니에요. 소풍이라도 한번 같이 가주고 싶은데 그것조차 쉽지 않네요”‘어린이병원비의 국가 책임을 촉구하는 당사자 가족 증언대회’가 열린 지난 8월 30일 오전 국회 본청 223호 안은 시종일관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증언하러 나온 부모들은 꽤 담담했다. 하지만 막상 그동안 못해왔던 속아픈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놓기 시작하면서 터져 나오는 울음 때문에 가끔씩 말문이 막히는 듯했다.

취재진과 자리에 지킨 관계자들 역시 부모들의 이야기에 몇몇은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몇몇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올해 11살이 된 은준이는 몸에 단백질을 저장하지 못하고 배와 양쪽 볼에 물이 차오르는 증상을 보이는 신증후군을 앓고 있다. 작은 몸에 물이 찰 때마다 항생제 주사를 맞고 복수를 빼낸다. 그 때마다 한 달 이상씩 병원신세를 진다.

아이의 특성상 면역력이 약해 꾸준한 검사와 치료가 필수지만 한번 입원할 때마다 200만원의 병원비는 너무나 큰 경제적 부담이다.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는 은준이의 아버지는 “우리 아이말고도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정부에서 좀 도와줬으면...”이라고 말을 흐리며 큰 한숨을 몰아쉬었다.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법인지 아내 역시 신장질환을 앓고 있어 은준이네 가정은 가장 혼자서 짊어지기엔 많은 짐을 지고 있었다.

5000억이면 어린이병원비 해결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위약증을 앓고 있는 12살 건우네 사정도 비슷하다. 근육이 감소하고 뼈가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몸이 뒤틀려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처지라 늘 재활이 필요하다. 곧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지만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해 옆에서 돌봐줘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자리에 나온 건우의 어머니 역시 유전병으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이 사실을 알자 이혼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5명만 앓고 있는 희귀병이라 장애등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병원비며 생활비며 아무것도 혜택 받는 것이 없다며 아이가 앓고 있는 병이 희귀병으로 등재돼 제대로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희귀난치병 등으로 고통받는 아동의 병원비는 오로지 한 가정이 짊어져야 하는 부분으로 정부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병원비는 특히 가계경제파탄의 주범으로 지목된 된 지 오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10세미만 어린이는 1인당 평균 월 4만 8429원, 10~19세는 월 3만 9270원을 민간의료보험에 지출하고 있다. 사보험은 저소득층이나 이미 병을 앓고 있는 아동들은 가입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 보험이 절실한 대상은 배제돼 있다. 오로지 가계의 부담이나 성금에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명묵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 집행위원장은 “벌써 수십년째 이같은 가정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건강보험의 흑자재원은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이다. 5000억이면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 저출산 때문에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도 책임못지고 있는데 어떤 부모가 아이를 낳겠는가”라며 정부지원을 촉구했다. 윤소하 국회의원은 “증언한 분들은 똑같이 대한민국에 사는 한 사람의 절규이고 비통한 심정으로 여기 서있는 것이다”며 “이번 국감에서 이런 절절한 증언을 토대로 질병코드 운운하며 뒷짐만 지고 있는 복지부의 행태를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발의
현재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아픈 아이로 인해 가정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환아 가정의 병원비를 국가가 전액 보장하는 법적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9월부터 대국민 서명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의당에서도 ‘만 15세 이하 모든 아동의 입원진료비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의 내용의 1호법안인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로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도록 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연말이면 TV에서는 일회성 연례행사로 희귀난치성 아동 후원모금 프로그램이 스크린을 비춘다. 하지만 이를 통해 도움받는 아이들은 극히 소수이다. 그 이면에는 여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 한쪽에서는 복지국가실현을 외치지만 여전히 아픈 아이들 병원비를 외면한 채 국민들의 동정심이나 연민에 호소하며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사진/ 이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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