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존엄사가 본격적인 시행을 알렸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환자가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돕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에 필수적인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이 1%에 머물러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의료계에서는 처벌규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위원회는 병원 외부인을 포함해 5명 이상으로 구성해 연명의료중단 관련 심의·상담을 맡는다. 

이날 현재 60곳 병의원에만 설치돼 이 곳 환자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서울아산·서울대·신촌세브란스·서울성모 등 23개 병원만 설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이 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3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3324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59곳에만 윤리위가 설치된 상태다.

상급종합병원은 42개 중 23곳(54.8%), 종합병원은 301개 중 30곳(10%), 병원급은 2981개 중 6곳(0.2%)이 윤리위를 법 시행 전에 설치했다.

병원급 중에서는 요양병원은 1519곳 중 4곳(0.3%), 요양병원이 아닌 병원은 1462곳 중 2곳(0.1%)으로 0%대에 머물렀고, 의원급 중에서는 1곳이 윤리위를 설치했다.

이에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윤리위 등록을 받았으나 아직 시행 초기여서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의료진 대상 처벌규정이 과도한 비판도 나온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문서를 허위 작성한 의사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한 의료진 처벌규정을 1년 유예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해당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연명의료 중단의 핵심 장치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다. 건강할 때 미리 작성하는 문서다. 아무 데서나 작성하면 안 된다. 요건을 갖춰 정부에 등록한 기관을 찾아야 한다. 4일 현재 49개만 등록한 상태다. 

복지부는 미흡한 부분들을 보완해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에 보고하고,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개정안을 추가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정규 기자  bokji@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