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 한국수어 통번역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제목은 “엉터리 ‘한국수어 통번역 시스템’ 구축 사업 중단 및 농인을 위한 홈페이지 정보 접근권 보장”이다.

현재 나라장터(수요기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한국수어 통번역 시스템 구축 관련 사업 공고가 진행(5월 30일 마감) 중이다. 통번역시스템 구축에 대한 위탁감리 사업 공고는 지난 21일 마감이 되었다. 이 사업들의 핵심은 홈페이지의 한국어 문장을 한국수어로 번역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감리를 하는 것이다. 사업 예산은 연간 11억 규모이며, 3개년이다.

청원자는 이 사업이 한국어 문장을 한국수어 통번역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고 있지만 한국수어의 특성을 무시했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수 있고, 시스템 구축으로 수어통역사 채용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국어 문장이나 음성을 한국수어로 변화하려는 시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관련 연구와 데이터베이스 구축 시도도 있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수어 사용자(농인)의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치는 없다.

돌아보면, 바둑 등 특정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등 기술의 진보는 비약적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수어를 자동적으로 통번역을 하는 기술은 앞으로 피해갈 수는 없다. 문제는 얼마나 인간의 언어에 가깝게 구사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수어에 대한 데이터 구축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장에 대응 할 수 있는 문장체계 구축, 몸짓과 얼굴표정의 다양한 변수에 대응 할 수 있는 기술의 구축, 자연스러운 표현방식 등 시간을 두고 많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연구들이 있었음에도 현장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랐던 것은 이것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진행하려는 과제도 현재의 기술적 한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공고된 사업은 단기간의 사업임에도 시범 형태가 아니라 보편적 적용을 염두에 두었다는데 문제가 크다. 이럴 경우 구축된 시스템이 농인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등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예산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기대효과로 내세우고 있는 수어통역사 채용에 따르는 예산 절감도 과장되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로, 청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2015. 3. 31. 개정)의 개정이다. 이 웹 접근성 지침 내용에 대체 콘텐츠 제공으로 한국수어가 반영이 되어 현재로서는 접근환경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것보다 한국수어에 대한 관점이 더 큰 문제이다. 현재 웹 접근성 지침에서 한국수어에 대한 설명이 잘못되어 웹 설계나 부가서비스 제공자들이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웹 접근성 지침을 개정한다면 한국수어의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한다. 그리고 한국수어를 자막의 대체 수단으로 보는 관점도 바꾸어야 한다.

”한국수화언어법“에서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언어라고 하고 있다. 이 ‘동등함’은 한국수어에 대한 ‘상징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책은 물론 농인의 모든 삶에 적용되는데 의의가 있다. 이렇게 본다면 진행되고 있는 한국수어 통번역 시스템 구축관련 사업은 재검토가 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웹 콘텐츠 지짐도 한국수어의 정의를 다시 내리는 등 수정되어야 한다.

2018년 5월 26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위 논평/성명은 각 기관의 알림자료로써 당사의 보도기사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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