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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별없는 참정권?"…장애유형별 배려, 메아리로 끝날 공산 커장애인 여전히 '소수자'로 차별
김명화 기자 | 승인 2018.06.07 16:11
인천시선관위와 장애인단체협의회는 6.13 지방선거 모의투표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인천시선관위>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8일과 9일 이틀간 전국 3512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만은 차별없는 참정권을 요구하며 장애계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국에 등록된 장애인은 약 250만 명, 이 가운데 시각장애인은 약 25만 명에 이르고, 발달장애인은 21만 명으로 추산된다.

6.13 지방선거에서 청각장애인이 참정권을 행사하려면 수어통역사가 있는 투표소라도 담당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은 선거공보물·선거방송에서의 점자공보물 등으로 충분히 선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은 어려운 글로만 쓰여진 공보물이 아닌 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각 후보들의 공약사항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선거의 전 과정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모든 장애유형에 맞게 제공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청각장애인을 위해 선관위 홈페이지에 수어통역사 배치현황을 안내하고, 투표소에 배치된 수어통역사는 청각장애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명찰 등을 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비시각장애인과 동일한 정보의 양을 점자로 번역해 선거공보물로 제작·배포해야 하며,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그림, 사진, 동영상 등을 충분히 제공해 비밀투표가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지난 4일 광주시는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장애인단체, 시민인권실천단 등과 함께 지난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총 364개 투표소 중 사회적 약자들이 투표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42곳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 투표소 인권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22개 투표소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휠체어가 지나가기 힘든 출입구 경사로나 좁은 출입문, 장애인 화장실 미설치 등 사회적 약자의 참정권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원 지역은 사전투표소 196곳 중 1층이 아닌 지하 또는 2층 이상에 투표소가 마련된 곳이 39곳(19.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지역의 경우에는 사전투표소 139곳 중에서 장애인 접근에 큰 어려움이 없는 지상 1층은 31곳에 불과했다. 장애인 접근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하는 10곳, 지상 2층 이상은 98곳 등 모두 108곳이다. 이 중에서도 그나마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53곳에 불과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2년 장애 유권자 및 장애인단체 관계자(212명)를 대상으로 장애인 참정권 보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 71.7%가 '안 되어 있다(전혀 6.1%+대체로 65.6%)'고 응답했다. 반면 '잘 되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26.9%에 불과했다. 또, 장애인이 투표 참여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거동 불편으로 인한 투표소까지 이동의 어려움(30.2%)'을 꼽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도 1층에 있거나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는 투표소는 사전투표소 3512곳 중 2897곳(82.5%), 선거 당일 투표소 1만4134곳 중 1만3898곳(98.3%)이다. 2층 이상의 위치에 있지만 승강기를 이용할 수 없는 투표소가 236곳 이상이나 돼 장애인들의 자유롭지 못한 이동권도 개선의 필요성은 여전했다.

이번 선거를 위해 시각·청각·발달 등의 장애를 가진 이들의 참정권 행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행사인 참정권에서 비장애인 유권자와의 차별을 운운하기에는 갈길이 멀어보인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선거에서 경쟁하는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장애인 유권자에게는 그저 일상의 불편함을 재차 확인하는 날로 끝날 공산이 커보이는 건 비단 나뿐일까.

선진국의 장애인에 대한 참정권 보장정책을 보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장애인 투표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투표용지는 물론이고 도우미까지 배치하게 돼 있다. 미국도 각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참정권 보장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돋보기, 큰 활자로 만들어진 투표안내사항, 포스터 크기의 샘플 투표용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90%는 질병, 사고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한다는 통계만 보더라도 누구에게나 장애는 닥칠 수 있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소수자'로 차별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던 참정권 보장은 매번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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