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오피니언
<사설>진정한 장애인의 날은 없다
정외택 기자 | 승인 2005.04.19 14:56
 

내일 모레면 스물 다섯 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벌써 사반세기동안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왔다는 뜻이다.

1981년 처음 장애인의 날이 제정될 당시에는 장애인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와 인권이 획기적으로 보장될 것이라는 바람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한 장애인들은 어제도 오늘도 죽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

한 청각장애인은 벌금 70만원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어느 할머니는 아들에게 짐이 된다며 장애를 가진 손녀를 살해했다. 청각장애인 형과 형수, 정신지체 조카를 죽인 사람도 있다.

먼 과거의 얘기가 아니다. 모두 빈곤 때문에 발생한 최근의 일이다. 문제는 내일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이 생존의 벼랑에서 선 장애인들은 서울 한 복판에서 생존권을 외치지만 귀담아 듣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장애인의 함성이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지 않는 까닭은 바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그런데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논의는 답보상태고, 장애인차량 LPG 면세제도는 경제부처의 반대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장애인연금제도 도입은 '예산타령'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고, 장애인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움직임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들려오는 소식들은 이렇듯 하나같이 절망적이요, 우울하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로 선언하고 거리로,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우리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지 않는 이상 장애인의 날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장애인의 날 자체가 기만적일 수 있다.

4월20일, 단 하루동안 반짝 관심을 보여주고 1년 364일을 '어떻게든 버티라'고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일상에서 장애인의 날만큼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보여주자. 장애로 인한 차별과 빈곤이 없는 세상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어야 한다.

특정한 날을 정해 기념하는 의례적인 행사가 더 서러울 때도 있다. 기념할 만한 처지나 입장이 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때다.

정외택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외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2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