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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공안(관련)사범 교화지침 정보공개 소송 2심 비공개 판결에 대한 논평
조시훈 기자 | 승인 2020.06.08 15:49

법원이 ‘공안(관련)사범 교화지침’(아래 ‘교화지침’)을 비공개한 법무부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6월 5일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재판장 김유진)는 교화지침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고 공안교화전담기관의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1심 판결을 인용하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우리 위원회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이번 판결을 규탄한다.

2017년 11월 법무부는 교화지침을 공개하라는 우리 위원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교정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공안(관련)사범의 건전한 사회복귀 및 효율적인 교화활동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공안(관련)사범 교화전담직원의 직무수행 상 특별한 보호를 요하여 대외비로 분류한 지침으로써,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형의 집행 및 교정 등의 공정한 업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와 제4호를 근거로 비공개했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2018년 2월 비공개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법무부가 변론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공안(관련)사범은 법무부훈령인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의 규정에 따라 △형법 제87조(내란) △국가보안법 제3조부터 제10조 등 위반자인 ‘공안사범’과 △집시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위반자 등 ‘공안관련사범’으로 구성된다. 공안(관련)사범의 대부분은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위반자로 추정된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가 소송 중 교화지침을 비공개 열람·심사한 결과 지침은 ① 공안(관련)사범 교화활동을 위한 전담조직의 구성 및 그 직무수행 내용 ② 상담교화 방법 ③ 공안(관련)사범에 대한 정보 보고 및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과의 정보 공유와 수사협조에 관한 사항 ④ 공안교화전담기관 지정기준 ⑤ 공안(관련)사범의 서신, 도서의 관리 방법 ⑥ 공안(관련)사범에 대한 개별교화계획의 수립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판결로 교화지침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게 되었으나, 우리 위원회는 이번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첫째, 이번 판결은 법원이 반헌법적이자 법적 근거도 없는 공안(관련)사범 교화를 비공개로 지속하고 있는 법무부의 행태를 묵인한 것이자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공안(관련)사범 교화 전담조직의 구성과 상담교화 방법, 개별교화계획 수립 등은 1998년 폐지된 사상전향제나 2003년 폐지된 준법서약제의 잔재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2011년 12월에는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이른바 ‘왕재산 사건’ 구속자 5명에게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1972년 사형당한 김질락 씨의 옥중 전향 수기 <어느 지식인의 죽음>을 나눠줬다가 구시대적 전향 공작이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둘째, 이번 판결은 공안(관련)사범 처우의 위헌성·위법성을 확인할 길을 가로막았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공안(관련)사범의 서신, 도서의 관리 방법’이 교화지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공안(관련)사범의 동정 파악을 통한 정보보고나 서신·도서의 감시 및 제한 등 형집행법을 위반한 감시와 서신 검열이 비밀리에 감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한상렬 목사의 일상생활을 한 시간 간격으로 엄중관리대상자 동정기록부에 기록했다. 2012년 4월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임창훈 판사는 “동정기록 사실이 원고에게 인격적 존재로서의 자유로운 의사발현과 행동구현에 대하여 상당한 정신적 타격을 주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인정된다”며 국가가 한 목사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이 판결은 항소 기각과 대법원 상고 기각을 거쳐 확정됐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법무부가 공개하고 있는 정보목록에는 ‘공안사범 특이서신 발송 보고’ 등의 제목으로 일선 교정시설에서 법무부로 보낸 사찰성 보고서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다. 이처럼 교화지침에 교도관에게 위법적인 사찰을 지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데도 법원은 ‘국가의 이익’ 운운하며 눈을 감았다.

셋째, 수용자 일반의 교화 업무에 관한 규정은 이미 공개되어 있는데 교화지침만 비공개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수용자 일반의 교화 업무에 관해서는 법무부예규인 ‘수용자 교육교화 운영지침’에 학과교육·집중인성교육 등의 주체와 교육대상, 시간, 평가 방법, 서신과 비치도서의 관리 방법, 교화방송의 운영 방법이 공개되어 있다. 유독 공안(관련)사범에게만 적용되는 교화지침을 따로 만들어 비공개하는 것은 형집행법이 허용하지 않는 처우를 집행하고 있다는 의심만 키울 뿐이다.

넷째, 교화지침은 법령이라는 특성상 개별 공안(관련)사범 개인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교화 관련 행정조직의 구성과 직무, 교화계획의 수립 절차 등 일선 교도관이 지켜야 할 절차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내용이 공개될 경우 “공안(관련)사범이나 그 동조세력이 상담교화 등 개별교화 방법에 대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함으로써…직무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장애를 초래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추상적인 억측일 뿐이다. 교화지침에 있다는 ‘상담교화 등 개별교화 방법’은 공안(관련)사범 당사자에게 직접 적용되는 것이므로, 교도관이 교화 업무를 수행할 때 그 방법을 당사자가 알 수 없도록 수행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번 판결은 수용자에게 적용되는 처우의 기준과 내용을 규정한 법령을 비공개하는 오랜 관행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과거 행형 법제는 공개된 법령에는 추상적인 규정을 두고 구체적인 사항은 비공개된 하위 법령과 지침에 위임했다. 사실상 소장의 재량과 법무부의 공문 지시가 법률을 압도했던 것이다.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처우의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을 알 수 없어 불복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2007년 형집행법으로의 전면 개정에 따라 다소 개선되었으나, 교화지침을 비공개한 이번 판결에 따라 공안(관련)사범은 여전히 자신에게 집행되는 처우가 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한편, 공개된 교정 관련 법률을 모두 살펴보아도 공안(관련)사범에 대한 특별 규정을 둔 법률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형집행법 제5조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형집행법은 수형자의 개별적 특성에 알맞은 개별처우계획을 수립·시행(제56조)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공안(관련)사범의 교화에 관한 규정을 하위 법령에 두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교화지침의 비공개로 인해 교화지침이 형집행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지 여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법원이 법무부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공안(관련)사범은 자신에게 적용되는 처우의 기준과 내용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는 감옥 안에서도 숨 쉬어야 한다. 법무부는 국정의 투명성 제고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은 물론 공안(관련)사범이 자신의 수용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재판청구권 행사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교화지침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2020년 6월 8일
사단법인 천주교인권위원회

※위 논평/성명은 각 기관의 알림자료로써 당사의 보도기사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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