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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폭염 온다는데 숨겨진 '에너지 빈곤층' 어쩌나"현행 대책은 기초수급자 위주…실태 정확히 분석하고 복지 확대해야"
박찬균 | 승인 2020.06.30 11:09

2년 전인 2018년 여름 수도권의 폭염 일수가 평년의 4배가 넘는 등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취약 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기상청이 올 여름에도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 예고한 가운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냉방도 하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마련된 정부의 지원책이 기초생활수급자 중심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방자치단체의 무더위 쉼터도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30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저소득가구 에너지소비 실태와 에너지빈곤 현황'에 따르면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에너지 빈곤층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이 서울의 저소득 가구 602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현재 정부에서 사용하는 기준인 TPR(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 등을 위한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가구)에 따른 에너지 빈곤가구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의 높은 주거비를 고려해 총소득에서 월세를 차감한 후 재산정하니 에너지 빈곤 가구 비율은 29.2%까지 높아졌다. 요금 감면이나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 정부의 복지 혜택이 집중된 기초생활수급 가구를 제외하면 차상위계층과 기타 저소득층 중에서는 5가구 중 2가구가 이른바 '숨겨진 에너지 빈곤층'에 해당했다.

이들 가구는 전기료 감면 등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어 에너지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고, 결과적으로 적절한 냉·난방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위나 추위를 느끼는 시간에 상시적으로 냉·난방기기를 사용하는 가구 비율은 기초생활수급 가구에서 25%였지만, 차상위계층(18.5%)이나 기타 저소득 가구(14.6%)에서는 오히려 더 낮았다. 폭염으로 온열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 역시 기초생활수급 가구보다 차상위계층에서 더 많았다.

차상위계층의 월평균 에너지 비용은 3만4854원으로 기초생활수급 가구(3만6512원)보다 적었다. 이 역시 정부 요금 감면 등 혜택을 받지 못한 가구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기후가 변화하며 앞으로도 여름철 냉방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에너지 복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조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에너지는 이미 생활 유지를 위한 필수재로 자리잡았다"며 "현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자격을 에너지 지원 정책에도 적용하고 있어 수급자 외 가구에 대한 지원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에너지 효율이 낮은 낡은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상당수는 지원이 필요한데도 복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상황을 반영해 실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수급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인창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도 "기후 변동성이 커지고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에너지 빈곤층 역시 증가할 전망"이라며 "정부 지원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숨겨진 에너지 빈곤 가구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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