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恨 많은 한부모들
김혜민 기자 | 승인 2010.08.31 14:39


산업화 도시화 등으로 가족의 기능과 구조가 변화되면서 한부모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이란 어머니와 자녀, 아버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으로 한부모의 ‘한’은 ‘하나로서 온전하다, 가득차다’를 뜻한다. 한부모 가정은 별거, 사망, 유기 이혼, 미혼모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발생하며 부나 모 중의 한 사람이 단독으로 부모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 증가
안양에 사는 강모(38) 씨는 남편의 외도로 2008년 이혼했다. 불같은 성격에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을 참아내기 힘들었던 그는 아이들과 마음 편히 살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 아이가 둘이지만 형편이 어려워 강모 씨는 현재 어린 둘째를 친정에 맡기고 중학생인 첫째만 데려온 상태다. 그는 요즘 사춘기인 딸아이가 걱정스럽다. 한참 예민한 시기에 부모의 이혼을 겪어 아버지에게 심한 적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
강 씨는 “처음 이혼했을 당시에는 아이들이 애 아빠를 찾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딸이 다른 사람 입에서 아버지라는 단어만 나와도 화를 낸다”면서 “아이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핵가족이 보편화 되면서 가족 위기는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의학의 발달로 질병에 의한 배우자 사망 가정이 줄고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의 수는 2000년 112만 3854가구에서 2005년 136만 9943가구로 증가했다. 이 중 모자가정은 108만 3020가구, 부자가정은 28만 6923가구로 최근 부자가족이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모자가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발생 원인은 과거 배우자의 사망에 의한 가족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점차 이혼이나 별거, 유기 등에 의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혼율의 변화는 한부모 가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부부의 대부분이 미성년 자녀가 있는 상태로 이혼을 하기 때문이다. 2005년 전체 이혼건수 12만 8000여 명 중 이혼 당시 미성년 자녀가 없는 건수는 전체의 35.5%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이혼해 일정기간 혹은 성인이 될 때까지 한부모 가족으로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 가정은 배우자의 부재로 경제적 문제, 정서적 문제, 자녀의 양육과 교육 문제 등 가족의 기능면에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별이나 이혼은 자녀와의 관계 형성, 한부모 가정이 되기 전과 같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저소득 가구주의 경우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바람직한 부모 역할을 수행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송탁희 팀장은 “한부모 가정은 심리적 혼란, 자녀양육 부담,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 등의 고충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위기 속의 한부모, 경제문제 심각
인천에 사는 박모(43) 씨는 2006년 남편과 사별했다. 남편이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사망한 것. 이후 박모 씨는 홀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친정의 도움을 받아 꼼장어 가게를 차렸다. 종업원을 쓸 형편이 아니어서 혼자 장사를 하다 보니 일은 늘 힘에 부쳤다. 생각했던 것만큼 장사도 잘 되지 않았다. 손님들이 함부로 대할 때면 ‘남편 없는 여자라 무시하는 건가 싶어’ 서러웠다.
박 씨는 “전에 일을 하지 않았던 터라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게 버겁다”며 “다른 부모들처럼 학원을 여러 곳에 보내는 등 경제적으로 뒷받침 해주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배우자의 사망이다. 여성 한부모 가정은 부양자인 남편의 부재로 소득이 상실하거나 감소하게 된다.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갖지만 기술과 교육 부족, 자녀양육, 노동시장 성 차별, 사회적 불평등 등의 이유로 단순 직종에 근무한다. 한국여성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 한부모 가정 여성가구주는 대체로 시간제 근로직, 일용직, 임시직 등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 가정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취업경력이 없거나 직업훈련 기회가 적어 저임금, 영세 사업장에서 주로 근무하며 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다.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해 소득 수준이 낮고 자녀양육 문제도 여성 취업에 걸림돌이 된다. 또한 힘든 노동과 빈곤으로 인한 영향 결핍은 재취업의 제약으로 작용한다. 경제적 어려움은 한부모 가정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저소득 한부모가족 생활실태 조사에 따르면 부자가정 45.3%, 모자가정 54.3%가 생활상의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꼽았다. 여성 한부모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8.8%였으며 과반수가 일용직이고 대부분 자영행상 등의 저임금 직종이었다.
한부모 가정 부모들은 79.3%가 직업이 있었지만 42.7%는 가족과 이웃의 도움으로 직업을 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58.0%는 노동직에 근무했으며 65.1%는 현재의 직업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한부모들은 생계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직업 교육도 참여하지 못했다.
경제적 측면은 자녀들의 교육과 양육 문제로도 직결됐다. 한부모 가정 여성들은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과중한 노동으로 쉽게 지쳐 자녀들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정서적 어려움에 압도되어 자녀의 마음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의 ‘한부모 가정 복지정책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 부모는 42.2%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84.6%는 신체적인 질병을 앓고 있었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한부모 중 56.9%는 장기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한부모들은 직장생활과 가사 일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으며 51.0%가 자녀양육 및 교육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보여 다른 사람에 대한 불만 41%, 불신 34.6%, 수치심 34.3%, 실패감 46.8% 등 낮은 자아존중감을 나타냈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송탁희 팀장은 “한부모 가정은 발생 초기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생계비, 아동양육비, 의료급여를 제공하고 심리, 정서적 측면을 고려해 자녀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식개선사업 전개해야
2007년 이혼한 이모(29) 씨는 최근 아이의 유치원에서 만난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다 충격을 받았다. 엄마들이 동네 초등학교는 결손가정 아이들이 많아 질이 좋지 않으니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이모 씨는 사람들과 친해져도 가정생활은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이에게 아빠가 없다는 것을 알면 주위에서 당장 색안경을 끼고 볼 것 같아서다.
이 씨는 “아이가 학습도 빠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데 한부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경제적, 자녀양육, 주거문제 외에도 한부모 가정은 사회적 편견으로 힘들어 한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에 따르면 한부모들은 사회에서 인생실패자, 인생낙오자, 문제가 있는 사람,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 등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이 안 되고 승진이 어려우며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인 편견은 가족과 친구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가족 간의 관계가 멀어지고 친구와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이웃, 사회의 지원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은 자립의지를 상실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심리적인 문제 또한 심각했다. 생활이 어려운 한부모 가정의 여성은 사회나 이웃으로부터 결손가정이라는 낙인을 받아 소외감을 느끼고 친구, 친척들과의 만남을 기피해 고립감이 심화됐다. 또한 한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신이 한부모라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한부모 가정 아이들 중에는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급식비 지원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가족 내에서의 지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로 나타났다. 한부모 가정은 부 또는 모의 부재로 가족원 전체가 혼란과 갈등을 경험했다. 부모 중 한 명의 부재를 인정하는데 가족원 모두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모자가정은 자녀의 부적응에 따른 가족 내 갈등이 문제가 됐다. 모자가정의 자녀는 사회적 통념과 편견으로 압박감과 열등감에 시달렸다. 모자가정의 원인이 사망에 의한 것인지, 이혼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도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사망에 의한 한부모 가정의 자녀보다 이혼이나 별거에 의한 자녀들이 정서적 불안이나 열등감이 심했다.
부자가정의 자녀는 감정이나 애정 표현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해 타인과 긴밀한 관계 형성이 어려웠다. 특히 아버지가 딸을 양육하는 경우 더 많은 어려움에 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가정에서는 아이들을 방치해 자녀의 비행을 조장하기도 했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송탁희 팀장은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 및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부모 가정 이해교육, 한부모 가정 반편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부모 복지지원 필요
대부분의 여성 가구주는 불안정한 취업상태로 귀가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상당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한 24시간 보육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간보육시설의 편중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저소득층 지역에 설치하고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도 요구된다.
일반가정의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에 가지만 저소득 한부모 가정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취학아동들을 위한 사회복지관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학원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방과 후 아동보호 서비스는 보호자의 부재로 인해 발생되는 자녀의 탈선과 비행을 예방할 수 있다.
한부모센터 관계자는 “한부모가정지원센터를 설치하여 한부모 가정의 심리적 문제, 자녀양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저소득 한부모 가정의 자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체계를 구축해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제도, 조직, 인력, 재정 및 사업을 총괄해야 한다. 현금급여 현실화와 수당제도 도입을 들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소득급여 대상자 확대 및 급여수준의 현실화도 필요하다. 저소득 한부모가정의 자산조사와 근로능력 유무 조사 등으로 대상을 정하기보다 가구원의 근로능력, 가구주의 직종 특성 및 질병여부 등에 따라 대상자를 확대하고 급여 수준 또한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인상해야 한다.
한부모 가정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구임대아파트와 입주 우선권이 주어지는 소형아파트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저소득 한부모 가정에 영구임대아파트의 우선 입주가 이뤄지고 있지만 장애인, 노인 등에 의해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을 위한 대출을 저금리로 제공하고 주택관련 비용을 보조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한부모 가정의 경우 대부분 지역의료보험에 자비로 가입하고 있다. 이들이 지출하는 보험료는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기초생활보장법의 조건부 수급자의 경우 2종 의료보호를 받고 있어 자비부담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저소득 한부모 가정 여성가구주는 일용직 시간제 노동을 하기 때문에 질병이 있어도 생계를 위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송탁희 팀장은 “저소득 한부모 가정의 경우 정부 지원이 부족해 생활이 어렵다”면서 “한부모가족지원법을 개정해 복지 지원 대상과 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한국한부모가정지원센터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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