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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시설수급 전환인가?벼랑 끝에 선 정신장애인!
김혜민 기자 | 승인 2010.11.01 13:43

보건복지부는 사회복귀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수급방식을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일반수급에서 시설수급으로 전환했다. 시설수급은 수급비를 개인이 아닌 시설에 지급하는 것으로 시설수급이 이뤄지면 생계급여 (1인 가구 기준 약 30만 원)가 지급되지 않는다.  복지급여의 효율화를 위해 도입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 제도 변화로 주거시설 정신장애인들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수급방식 전환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 서울 중곡동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던 한인숙(47) 씨는 작년 12월 시설을 나왔다. 보장시설 수급권 시행 이후 주거시설에 입주한 사람들에게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이 시설을 나오면 장애인 수당 42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시설에 살면 지원받지 못한다. 한 씨는 주거시설 퇴소 후 옥탑방에서 생활하면서 시설을 오가고 있다.

○…… 정신장애2급 김○○(38) 씨는 2년 동안 주거시설에서 지내며 취업하고자 노력했다. 올해 초에는 구청 행정도우미로 취직해 3개월간 직장생활을 했다. 재발하면 주거시설로 돌아가 직업재활 훈련에 꾸준히 참가했다. 하지만 김 씨는 지난 9월 18일 정신병원에 자의 입원했다. 주거시설에서 지낼 경우 보조금이 장애인 연금인 15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시설수급 전환 전 일반 수급을 받을 당시에는 보조금 55만 원을 시설이용료와 생활비로 사용했다. 금액이 줄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던 김 씨는 월 20만 원을 받기 위해 시설을 떠나 병원으로 들어갔다.

 

 

시설수급 전환에 따른 급여삭감
서울시와 인천시 등 주거시설이 많이 설치된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의 목적과 기능, 상황을 고려해 일반수급을 시행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2010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를 통해 올해 초부터 보장시설인 사회복귀시설에 입소한 정신장애인 수급자 전부에 대해 시설 수급을 실시하도록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지침을 내렸다. 통합 사회복지전산망의 구축을 목적으로 시설수급을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9월 1일부터 ‘보장시설’로 규정돼 있는 사회복귀시설과 정신요양시설에 입소중인 수급자에 대해 일괄적으로 시설수급을 시행했다.
시설수급 실시 이전 정신장애인 수급자는 사회복귀시설인 주거시설에 입소하더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개인이 소지한 급여통장으로 월 최대 42만 원의 생계급여와 장애수당을 받았다. 시설에 따라 월 16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주거시설 이용료를 내고 나머지 금액인 22만 원에서 28만 원까지는 본인이 사용했다. 주간에는 정신재활시설인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 등의 재활프로그램 이용료로 5만 원 정도를 지불했고 나머지는 여비와 식사, 담배 등 기호품 구입, 영화 등 문화비로 지출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실시한 시설수급으로 인해 정신장애인 1인의 생계급여로 식비 11만 8000원과 피복비 1만 1000원, 합계 12만 9000원이 시설에 직접 입금되고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장애수당 2만 원만 지급됐다. 일반수급에서 시설수급으로 전환되면서 월 2만 원 정도의 장애수당을 제외한 월 20만 원 내지 26만 원의 현금 급여가 삭감된 것이다.

정신질환자의 생존권 위협
보장시설 수급권 시작 이후 주거시설을 떠나는 정신장애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는 정신장애인들은 가족이라는 지지체계가 취약해 가족과 생활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가족과 단절된 채 지내는 정신질환자들이 주거시설을 떠나 갈 수 있는 곳은 고시원, 미인가 시설, 병원뿐이다. 보장시설 수급권은 정신장애인을 아무런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거나 병원으로 갈 것을 조장하고 있다.
사회복귀 시설협회가 발표한 2010년 8월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84개의 정신질환자 주거제공시설이 있으며 이 중 46개 시설이 서울시에 소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도에 단 2개에 불과하던 시설은 정신질환자 당사자와 가족들의 요구에 의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근무조건의 열악성 및 국가 보조금 지원이 동결되면서 정신질환자 주거제공시설은 최근 2~3년간 성장을 멈췄다. 필요성 및 지속적 수요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시설 유지가 힘들다는 현실적 제약으로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이 운영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주거시설 보장수급 실시는 시설운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정신보건사업법 지침서에 따르면 주거제공시설 입소 회원 중 최소 1/3은 기초생활 수급자를 우선 입소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주거시설 보장수급 실시로 인해 갈 곳을 잃게 됐다.
서울지역의 주거시설을 조사한 결과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들 중 42%는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퇴원한 후 시설에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거시설이나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한 경우도 42%에 달했다. 정신장애인의 40.1%는 집을 마련해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시설 보조금 중복지급 가능성 적어
보장시설에 거주하는 수급권자에게 시설수급을 적용하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보건복지가족부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안내에 따르면 시설 거주 수급권자에게 보장시설수급방식을 적용할 경우 정부의 생계급여 부담액은 확연히 감소했다. 보장시설생계급여 지급기준은 수급권자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경우에 비해 훨씬 낮은 기준이 적용됐다.
정부가 시설수급방식을 적용하고자 하는 것은 장애인시설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장애인 수급권자에 대한 최저생계비 지원의 중복급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는 보장시설에 대해서는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 시설급여를 적용하지 않고 일반수급자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보장시설은 정부로부터 시설운영을 위한 보조금으로 직원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프로그램비를 지원받고 있다. 주거시설의 경우 직원의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프로그램비를 구별하지 않고 일괄 지원 받는다. 따라서 인건비가 증가할수록 관리운영비와 프로그램비는 감소한다.
주거시설은 인건비 외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별도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때문에 주거시설에 지원되는 보조금과 정신장애인에게 지원되는 생계급여는 중복된다고 볼 수 없다. 주거시설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정신장애인들의 지역사회 복귀와 자립생활 훈련을 위해 기반 시설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규정에 따르면 주거시설의 입소기간은 1년으로 제한되어 있고 연장하더라도 3회 이상은 불가능하다. 이는 주거시설이 장기적인 주거 제공에 목적이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경우에도 본인이 받는 생계급여 중 16만 원에서 20만 원 안팎의 이용료를 수납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사회복귀시설 이용·입소비용 수납한도액 고시에 따르면 주거시설은 입소자로부터 6인 가구 기준 1인당 최저생계비 현금급여인정 기준액인 21만 1090원의 100~110%를 이용료로 수납할 수 있다.
시설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시설규모에 따라 1인당 소요되는 주·부식비나 주거비는 차이가 있다. 현재 주거제공시설의 경우 정원이 10인 이하인데 정부는 100인 이하 시설기준에 준해 시설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10인 이하 주거제공시설의 실제 거주인원은 5명~10명이다. 기초생활보장급여기준에 의하면 지역사회 거주 수급권자 1인당 현금급여기준액은 21만 1090원이다.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시설수급방식은 사회보장권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를 나타낸다. 사회보장급여 수급권은 정신장애인 본인에게 귀속돼야 하나 기초생활보장기관의 장은 정신장애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보장시설운영자에게 부여한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36조에 규정한 수급권 양도를 금지한 법률에 위배된다.
지역사회급여기준을 시설급여기준으로 전환하면서 정신장애인의 생계급여가 감소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정부는 재정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정신장애인의 급여는 상당한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수급권의 양도와 더불어 수급권자의 급여가 정신장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된 것이므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34조에도 위배된다.
정신장애인이 주거시설에 거주할 경우 생계급여의 절대액이 감소할 뿐 아니라 수급권이 보장시설 운영자에게 귀속돼 생계급여에 대한 어떠한 의사결정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주거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정신장애인에게 불리한 주거 대안이다.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시설거주보다 지역사회거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독립적인 생활능력이 미약한 정신장애인이 생계급여지급방식에 불만을 느끼고 지역사회주거를 선택하면 정신건강관리의 소홀, 재활훈련이나 자립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 미흡 등으로 정신건강이 악화돼 정신의료기관에 재입원 할 수 있다. 사회 기술이 부족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자립 위한 기반마련 힘들어져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용의 증가, 지역사회 불편도 유발된다.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수급권자에게 시설급여방식을 적용하면 정신건강관리와 재활,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지원과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지역사회 주거를 선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민의 주거에 대한 선택권을 규정하는 헌법 제14조의 거주이전 자유에 관한 권리를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정신장애인이 자유롭게 주거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약해 장애로 인한 차별을 유발한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에 의하면 형식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더라도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 정신장애인에게 주거시설은 재활과 사회복귀, 자립적인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서비스다. 정신장애인이 주거시설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생활보장에 관한 권리를 제한 한다면 정신장애인이 자유롭게 주거시설을 주거지로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정신장애인 주거시설 거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시설급여전환은 기초생활보장법과 장애인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헌법의 거주 이전의 자유에 관한 규정에도 위배된다. 이러한 조치는 정신장애인의 자립과 지역사회재활을 촉진하는 가치와 불일치하는 것이다. 장애인의 정상화, 사회통합, 자립생활은 장애계의 보편가치다.
장애인들도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에 부합하는 정책을 선택하고 추구할 권리가 있다. 정신장애인에게 주거서비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주거의 안정성은 치료와 재활에 효과를 나타낸다.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주거시설은 입소자들에게 최저생계비 수준의 입소이용료를 징수해야 시설이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이 시설 수급자로 지정되면 주거시설은 1인당 월 평균 13만 5816원만 정부로부터 지급받게 된다. 이는 주거시설이 생활보장 수급자를 받아들일수록 재정적으로 불리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주거시설은 가급적 생활보장 수급자를 배제하려고 하는 경제적 유인이 발생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주거시설 이용에 차별을 당할 가능성도 증가한다.
정부가 주거시설을 직접 공급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설급여방식으로 인해 주거시설운영자가 재정적으로 불리해진다면 비영리 민간법인이나 정신보건 전문요원들에 의한 주거시설 공급이 확대되기 어렵다. 민간이 주거시설을 공급하지 않으면 정부는 주거시설 확대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정신장애인 주거시설은 재활과 사회복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기주거시설이 아닌 자립생활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자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기관이다.
시설급여 전환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인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에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설에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주거시설에 생계급여를 급여하는 경우 정신장애인은 자신에게 지급된 생계급여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행사하지 못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자로서 자신의 명확한 지위와 권리를 확인할 수 없다.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뢰하고 건강회복과 재활, 취업과 자립생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자립생활 위한 생계비 지급해야
정부는 소규모 주거시설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훈련받는 지역사회시설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최소한의 재활훈련과 자립을 위한 준비 지원을 거친 지역사회로의 복귀가 목적인 것이다.
시설수급으로의 전환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규정된 생계급여에 관한 수급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주거에 관한 자유로운 선택권도 제한한다. 시설수급방식을 적용할 경우 주거시설이 수급권자의 입소를 회피하거나 주거시설 공급이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10인 이하의 소규모 주거시설은 시설수급 대상 시설에서 제외해야 한다. 소규모 주거시설은 ‘시설’이라는 명칭을 사용해도 지역사회의 소규모 가정과 같은 형태로 유지되며 정신장애인의 독립적인 자립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주거시설에 입소해 생활하는 정신장애인 수급권자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수급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생계급여를 제공하고 생계급여에서 시설이용료를 납입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규정에 부합하며 정신장애인이 수급권자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다.
소규모 주거시설의 보조금지원방식은 정신장애인의 생계비와 중복되지 않는다. 보조금은 정신장애인의 생계비를 포함하지 않으며 주거시설에 생활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정신장애인도 생계비를 월이용료로 납부하고 있다.
소규모 주거시설은 100인~300인 이상 규모의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계비가 더 많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5인~10인 규모로 운영되는 주거시설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정하는 일반적인 가구에 더 가깝다. 일반적인 가구는 구성원 1인 증가시 25만 2172원의 최저생계비가 더 필요하므로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수급자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료제공/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외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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