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특집/기획
울고 있는 노인 많은 불행한 사회
박선미 기자 | 승인 2012.08.07 10:04

특집Ⅲ _ 노인학대

젊어서 자식 뒷바라지에 몸 무너지고
늙어서 무관심에 마음 무너지고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0년 545만 명(인구의 11.0%)으로 지난 30년 간 고령인구가 4백만 명 증가했다. 가족들의 방임과 학대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한 삶이 사회적 무관심과 인식부족으로 위태롭게 방치되고 있다.

 

추운 겨울 한 동네의 폐가에서 아들의 감시 속에 숨을 죽이며 살고 있는 83세 노인의 사연이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이 있다. 엄동설한의 날씨에 난방조차 들어오지 않는 냉골 방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노인은 아내와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었다. 아내는 아들이 휘두르는 폭력으로 내쫓겨 딸네 집에서 살고 있는 것. 이웃주민은 “할아버지 돈으로 아들 집을 지었는데 집에서 밥도 못 먹게 한다. 연금도 아들이 다 빼앗아갔다. 할아버지가 매달 일해서 받는 돈 20만원도 다 가져간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참하게 방치했어도 노인은 아들 걱정뿐이었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 아들은 직장이 없어 놀고 있다. 돈이 있으면 뭐든지 다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안 먹고도 산다. 없으면 굶으면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노인학대 46% 아들이 가해자
노인학대 가해자의 상당수가 아들, 며느리 딸 등 가족에 의해 행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 24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 상담 사례 현황 자료 분석 결과 총 신고 건수는 8603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1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상담은 86%로 전년대비 20.6% 증가했다. 전체 학대사례 3443건 중 노인학대 신고자는 학대피해노인이 27.7%로 가장 높았고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0.8%로 나타났다. 신고의무자는 노인복지시설종사자(43.4%)와 사회복지전담공무원(42.6%)의 비율이 높은 반면 의료인(4.6%)과 같이 노인학대 응급상황을 자주 접할 기회가 많은 이들의 신고비중은 낮았다.
노인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 40%, 방임 25.4%, 신체적 학대 15.5% 순으로 나타났고, 성적 학대를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아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학대피해노인과의 관계는 아들 46%, 딸 13.9%, 배우자 12.4% 순으로 친족인 경우가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권금주 서울사이버대 복지시설경영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녀에게 갖는 부양의 기대치가 반영된 순”이라고 분석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학대받는 경우가 전체 노인학대 발생빈도의 62.9%로 나타났고, 노인학대 지속기간은 1년 이상~5년 미만이 38.8%, 5년 이상이 30.1%로 노인학대 사례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행위자는 40~50대가 55.9%로 주로 많고, 연령이 어릴수록 신체적 학대 비율이, 연령이 높을수록 방임 비율이 높았다. 학대 원인으로 학대행위자와 피해노인의 갈등이 56%로 가장 높았고, 가족구성원 간의 갈등이 24%,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이 20%였다.
정희남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한 기고문에서 “노인학대는 노인 인권이 극단적으로 침해된 것”이라고 호소했다. 매년 증가하는 노인학대 건수에 대해 “전통적 가족제도와 가치관의 전환기에 노인의 인권이 취약함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노후 노인학대와 자살로 이어져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인 61%가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일본(22%)의 두 배인 45%를 차지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수가 많을수록 노인학대와 방임이 늘어나고 노인자살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65세 이상 노인 1만 1542명을 대상으로 2011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학대 경험은 12.7%였고, 교육수준 및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학대 경험률이 높았다. 학대 발생 시 40.7%가 신고한다고 답했고 참는다는 응답도 36.3%로 높았다. 자살을 고려한 노인은 11.2%였으며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 건강 32.7%, 경제적 어려움 30.9%, 가족과 친지와의 갈등 및 단절 15.3%, 외로움 10.3%로 나타났다.
김동현 한림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 수는 77명으로 1990년(14.3명)에 비해 다섯 배 가량 증가했다. 매일 7~8명의 노인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있다.
‘노인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변용찬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은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부실해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노인인권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녀들이 노인에게 하는 경제적 수탈이 적지 않지만 이를 방어할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부양을 가정 내에 맡기는 문화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노인학대는 인간존엄성 침해
서울시는 지난 5월 ‘노인학대 없는 서울만들기 종합계획’을 수립해 노인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밝혔다. 계획안에는 △경찰청·인권위와 신속한 업무 협조시스템 구축 △시립노인시설 노인인권 옴부즈맨제도 시범 실시 △노인학대 시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가족 내 상습적인 학대행위자 고소·고발 추진 및 치료명령제 도입 △예방교육 확대 등을 담고 있다.  
해마다 늘고 있는 노인생활시설학대 사례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서울시는 7월 17일부터 올 연말까지 시립 고덕양로원을 시작으로 시립노인생활시설 9개소에 분기별 1회 옴부즈맨 활동을 개시해 나갈 방안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옴부즈맨 활동을 통해 노인생활시설 이용 노인들의 인권보호와 서비스 개선 대책의 기회로 삼고, 2013년부터는 민간 법인시설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학대에 대한 처벌과 예방도 중요하지만, 노인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노인에게 있어 가족은 재산이고 마지막 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가족의 해체, 경제난으로 인한 부양의 부담이 가중돼 어른을 공경했던 우리나라만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다.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학대는 ‘어버이로서의 역할’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대 문제를 가정에, 자녀들에게 맡기기에는 도를 넘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 노인이 학대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국가, 지역사회가 개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경기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학대 유형>
신체적 학대 물리적 힘, 도구를 이용하여 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손상 및 고통, 장애를 유발시키는 행위. 노인을 제한된 공간에 강제로 가두거나 노인의 거주지 출입을 통제하며 노인이 원하지 않거나 수행하기 어려운 노동을 하게 하는 것도 신체적 학대에 해당된다.
정서적 학대 노인에게 행해지는 정서적 침해행위로 비난, 모욕, 협박 등의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를 통해 노인의 소속과 애정, 자존 욕구 실현을 저해하는 행위. 노인과의 접촉을 기피하고 노인의 사회관계 유지를 방해하는 것. 노인과 관련된 사안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것을 말한다.
성적 학대 노인이 성적으로 강제적 폭력 또는 행위를 겪는 것. 노인에게 직접적인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대행위자의 행위로 노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
경제적 학대 노인의 의사에 반하여 노인으로부터 재산 또는 권리를 빼앗아가는 행위. 경제적 착취, 노인 재산에 관한 법률 권리 위반, 경제적 권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통제하는 것. 노인의 재산이 타인의 명의로 갑자기 전환되거나, 노인부양을 전제로 재산을 증여했으나 부양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방임 노인의 의식주 문제 및 기본적인 생존과 관련해 부양자로서 책임이나 의무를 의도적으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거부하는 행위. 노인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나 서비스에 대해 노인 스스로 총체적거부(자기방임)를 하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에게 생존을 위한 경제적 보호를 제공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의료 관련 욕구가 있는 노인을 의료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것, 노인 스스로 삶에 대한 의지가 없고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도 방임에 해당한다.
유기 의존적인 노인을 보호자, 부양의무자가 버리는 행위로 노인을 시설, 병원에 입소시킨 뒤 연락을 두절한다거나 왕래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박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선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2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