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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사각지대 놓인 가사노동자 인권가사노동자 일과 건강 실태조사 토론회
문혜원 기자 | 승인 2013.12.30 10:27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의 증가와 가족형태의 변화,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가사서비스노동의 사회화와 상품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략 30만 명의 가사서비스 노동자가 있다고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서는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법에서 외면당하고, 현실의 직업 인식면에서도 여전히 하대를 받고 있는 여성가사노동자들의 일과 그들의 건강에 대해 조사하여 이에 대한 결과 분석 및 토론회를 한국여성노동자가 주관하여 지난해 11월 28일 국회의원회관 2층 세미나실에서 열었다.

 

가사노동자 10명 중 7명 점심시간 20분
김현주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의 조사 결과 분석 발표에 따르면 가사노동자 319명을 대상으로 일과 건강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77.4%가 본인이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시간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20분 이내가 74.4%, 10분 이내도 29.3%를 차지해 최소한의 점심시간조차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식사 장소도 차 안, 공원, 마트 심지어 길거리에서 해결한다는 응답이 54.4%를 차지했다. 가계소득 모두가 자신의 소득인 경우 71.8%가 아픈데도 일하고 있으며, 34.8%는 우울증에 걸렸고, 근골격계 증상 질환자는 63.0%였다. 치료가 필요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51.9%였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매우 심각한데 우울증이 의심되거나 확실한 사람도 무려 21.9%에 이르렀다.
근무시간은 주 35시간 이상 일한다 35.6%였으며, 20시간미만 일한 경우 몸이 아파서 그렇다는 응답이 25.6%를 차지했다. 4시간 가사노동을 하는 경우 4시간 동안 처리하는 가사노동 가짓수는 총 29가지나 됐다. 결국 8분에 1가지씩 처리해야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근로기준법 개정해 가사서비스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4대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사노동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 되고 최소한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사회적 협약 체결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또 가사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최소한의 휴식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가사노동자 건강, 몸도 마음도 엉망
박주영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사노동자는 ‘특별히’ 낮게 대우받는다. 여성 가사노동은 노동으로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회 인식 속에서 근로기준법은 가사사용인은 제외시켜 놓고 있다며 강도 높은 감정노동 수행을 요구하면서 이에 대한 노동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굉장한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가사노동자 55.4%는 아픈데 참고 일한 경험이 있었다. 고객들은 가사노동자들에게 항상 대청소를 요구한다. 내가 닦지 않는 구석구석, 반짝반짝 윤이 나는 집안을 기대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다 보면 휴식시간 따위는 없다. 물 한잔 마실 시간조차 없어 가사노동자들은 4시간 노동에 20분 휴식만이라도 보장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휴식시간 없이 고강도의 노동을 반복하고 집으로 돌아가도 같은 일을 수행해야만 한다. 집에 가서도 아플 정도로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다. 치료가 필요한 부위는 허리(23.8%)·어깨(21.9%)·손(19.4%)·무릎(16.8%) 순이었다고 발표했다.
문 연구원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들은 더러움과 불결함을 깨끗함으로 바꾸는 노동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더러움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가사노동을 천시하고 낮게 대우한다. 가사노동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일주일간 모아 놓은 화장실 쓰레기와 침대 위의 닭 뼈다귀는 가사노동자를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노동자인 가사관리사가 아닌 식모 취급은 가사노동자를 우울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우울증도 매우 높아 우울증 의심자(CES-D 21점 이상)가 21.9%나 됐다. 특이한 것은 가사노동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하다는 결과다. 건강이 좋지 않은 노동자들은 노동 자체의 지속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문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가사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증진을 위해 실시해야 할 몇 가지 결론이 도출됐다. 예를 들어 ▲직무분석을 통한 가사노동 업무 매뉴얼 정립 ▲노동자성 인정을 통한 고용·산재보험 보장 및 근기법상 보호 ▲점심·휴식시간 보장 ▲가사노동의 사회적 인식 개선·사회적 협약 체결 등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가사노동자는 노동자이며, 전문가다. 우리 사회는 그에 걸맞은 대우와 노동환경, 보호방안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가사서비스의 전문성 제고 필요
패널토론에서 배정미 한국YWCA연합회 돌봄과살림사업단 부장은 가사노동자의 노동환경 특징과 가사노동자 건강에서의 쟁점 몇 가지, 가사노동자의 사회적 인정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안으로 돌봄과 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식변화와 제도권에서의 제도 개선 및 관련법안 등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돌봄관련 단체들이 제각각의 실태조사와 비슷한 결론과 대안을 제시하는데서 벗어나 이제는 한 단계 발전된 행태의 운동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배 부장은 가사노동의 일이 다른 노동자들처럼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촉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따라서 배 연구원은 가사서비스의 전문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돌봄노동자, 특히 가사노동자는 구인자의 선호도와 기호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의 만족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가사노동이 보람된 일로서 의미를 갖고, 직업으로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사노동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공식적인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 연구원은 이에 대해 가사서비스 제공 가이드라인 마련과 가사노동자 자격제와 등급제 운영, 기본서비스와 부가서비스의 분리 운영, 소비(구인)자 교육과 서비스 계약체계 마련, 감정노동자 상담센터 운영 필요성 등 다섯가지 내용을 제안했다.

가사노동자들의 인권 중요하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직업의 특성으로부터 비롯된다며 여러 가지 강도 높은 노동과 사고, 스트레스를 통해 발생되는 질병 등을 방지하기 위한 산재보험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 소장은 노동권으로서의 건강권보다 임금, 고용 등을 포함한 노동조건의 개선이 더욱 필요하며,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서는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임 소장은 대부분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알선업체를 사용자로 하고 4대보험료는 고객이 지불하는 요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태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용주를 정하여 산재보험 등 적용대상에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이밖에 자유 및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을 확보 받을 권리, 동등한 노동에 대하여 보수를 받을 권리, 생활을 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 노동시간의 합리적인 제한,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하여 휴식 및 여가를 누릴 권리를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사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제도 필요
윤혜연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회장은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근로기준법 11조1항 ‘가사사용인 적용제외’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전면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형태의 가사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보험 등록을 지원하고 가사노동자 노동조건 기준 마련, 가사노동자와 개인이용자 분쟁조정 등을 할 수 있는 기구 설립 등 특별법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회장은 정부는 더 이상 가사노동자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인정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하고 보람 있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소장은 가사노동자와 관련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일’,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론화하는 것이라며 가사노동자로서 하는 일이 고객의 만족과 스스로의 보람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투자가 필요한지, 업무가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 어떠한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한지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사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소장은 다소 ‘사적’으로 보일 수 있는 노동의 형식을 ‘공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며 가사노동자 사용기관에서 고객에게 배포하고, 이를 꼭 따르도록 하는 강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사노동자에 대한 권리 대헌장, 해야 할 업무내용, 초과시간 금지, 임금사항, 휴식 등을 매뉴얼에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끝으로 정 소장은 가사노동자가 현재 처해 있는 임금, 노동조건, 불안정 고용, 건강상의 문제 해결 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통로자체가 없는 것이 현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 할 통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이어 노동자의 이슈에 대한 통로는 가사노동자 조직과 가사노동자 사용인 기관, 정부가 3자 기구를 만들어 노동조건과 건강 문제 등 가사노동자의 현안을 다룰 수 있는 기구마련을 반드시 해결해 줘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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