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액이 줄어 손해를 보는데도 국민연금을 애초 수령 나이보다 일찍 받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8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총 84만9744명이었다. 남자 57만4268명, 여자 27만5476명이다.

이는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12년(32만3238명)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이후에는 2020년 67만3842명, 2021년 71만4367명, 2022년 76만5342명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예년에 비해 다소 늘어난 것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늦춰진 영향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을 타려면 1년 더 기다릴 수밖에 없게된 이들이 ‘퇴직 후 소득공백기’를 견디지 못하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22년 7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은 이유로는 ‘생계비 마련’이 첫손에 꼽혔다. 실직과 건강 악화 등으로 소득 활동을 하지 못한 경우 어쩔 수 없이 국민연금을 조기에 신청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중에 받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타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전망(2023~2027)’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올해 96만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107만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노령연금은 노령연금을 원래보다 1~5년 미리 받는 제도다. 정년 이전에 퇴직해 연금을 탈 때까지 소득이 없는 이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1년 일찍 받으면 연 6%씩 연금액이 줄어든다. 5년을 앞당기면 총 30% 감액된다. 5년 일찍 받으면 원래 받을 연금의 70%만 받는 것이다.

조기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10년을 넘어야 신청할 수 있다. 신청 당시의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인 ‘A값’을 초과하면 안 된다. 조기노령연금을 받던 중에 소득이 A값을 넘어선 것이 확인되면 연금이 중지된다. A값 초과 시기에 받은 조기노령연금은 반납해야 하고, 60세가 넘지 않았다면 보험료도 납부해야 한다. 소득이 A값 밑으로 떨어지면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조재훈 기자  bokji@bokji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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