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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정책,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 바꾸자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자활지원법·주거급여 분리 제정 등 다차원적 접근 시도해
표수진 기자 | 승인 2005.10.24 17:04


2005년 1분기 계층별 소득 격차가 1982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빈곤정책의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18일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의 주최로 열린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위한 입법공청회’가 바로 그것. 이날 공청회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비롯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정석구 회장, 서울대 구인회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주제발제에 앞서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는 심화되는 빈곤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빈곤층의 특성과 욕구에 맞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빈곤격차의 심화는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와 계층간의 갈등 증폭과 사회 불안 요인을 양상, 경제는 물론 국가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위험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이에 따라 고경화 의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비롯해 자활지원법의 분리제정, 주거급여 분리 제정, 의료급여법 개정 등 총 4건의 법률안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을 시도하고 나섰다.

제기능 못하는 사회보험 법률 제·개정으로 변환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저소득 농가의 농가경제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말 기준 상위 20%의 연평균 소득은 6천2백17만원, 하위 20%의 연평균 소득은 5백3만원으로 소득격차가 12.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에도 이런 빈부격차의 심화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게다가 공식 실업률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양질의 일자리’가 파괴 되고,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저임금·비정규직 근로자들 소위, 근로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밀접하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최근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근로빈곤층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면서 빈곤 추락을 방지하는 1차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하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되었지만 2005년 4월 현재 산재보험은 적용률 79.1%, 고용보험은 사업장 기준 적용률 78.5%, 피보험자 기준 적용률 66.9%이다. 그 외 다수가 산재 또는 실직 시 적절한 소득보장 및 고용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뿐만 아니라 엄격한 선정기준과 통합급여방식에 따른 공공부조제도의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 이상 땜질식 정책 대안이 아닌 근본적 대책이 마련해야 할 시기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고 의원은 다음과 같이 빈곤정책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법률 제·개정 사항을 발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중 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급여체계상의 문제 등으로 근로 유인 및 탈빈곤 유인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향후 공공 부조 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자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되, 근로 및 탈빈곤을 유인할 수 있는 다층적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자 목적을 변경하고, 의료급여뿐 아니라 주거급여, 자활급여도 따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는 주거급여와 자활급여 분리를 제시한다.

또한 자활급여에 따라 발생한 근로소득을 포함한 총 근로소득에 대해 그 소득에 따라 근로 장려급을 지급하고, 주택 및 창업자금 마련 등 자산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저축을 지원한다.

▶자활지원법 제정법률안 주요 내용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자활시원사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해 단순히 조건부과를 하는 수단으로의 기능이었다. 향후 자활지원사업은 우리사회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취약성과 실업부조제도의 부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별가구의 소득평가액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인 근로능력자 즉, 기존실직수급자 중심에서 비수급 실직자와 근로활동 종사자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활에 필요한 금품의 지급 또는 대여, 기초교육 및 기능습득을 지원하고, 취업알선 등 정보의 제공과 함께 소득의 증가로 인해 수급권자의 자격이 상실되더라도 일정기간 연장하여 지원할 수 있는 탈빈곤 이행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시·군·구에 ‘자활전담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전달체계 및 인프라의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

▶주거급여법 제정법률안의 주요내용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주거급여는 지역 및 점유형태, 주거특성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본래의 주거빈곤 해소라는 취지를 구현하지 못했다. 향후 주거급여제도는 실제 주거빈곤층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주거안정에 필요한 급여를 행함으로써 국민의 주거를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및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40% 이하인 자로 대상을 확대하며, 수급권자 거주지역, 가구유형, 점유형태, 주택유형 등을 고려 3년마다 최저주거비를 계측, 매년 보건복지부장관이 최저주거비를 결정·공표할 수 있도록 ‘최저주거비의 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급여법 중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내용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의료급여는 주요 대상자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가구로 한정함으로써 의료 빈곤해소라는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별도의 의료급여증 발급으로 발생하는 낙인효과로 인해 특히 아동을 중심으로 병원 이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향후 의료급여제도는 실질적으로 취약계층의 의료빈곤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및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인 자로 대상을 확대하여, 급여실시 여부의 결정전이라도 수급권자에게 급여를 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 의료급여 일부를 제공해야 한다.

종합적 논의 속 제도 개혁해야

이에 대해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구인회 교수는 “노인 장애인 등 사각지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공공부조 개선의 우선적 과제이다. 또한 사각지대 저소득층의 다수가 근로연령세대와 그 피부양자라는 특성을 고려해 공공부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빈곤층 구성 8% 중 노인이 25%, 성인이 49%, 아동이 25%를 차지했다.
사각지대 저소득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능력 세대에 대한 지원은 이들의 근로유인을 제고하거나 억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구 교수는 “근로능력 유무에 관계없이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기초보장제도의 역할 또한 유지되어야 하며, 사회보험 제도정착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최저 주거비에서 주거비 부담능력을 제한액수로 급여를 제한할 경우 대상은 소득빈곤층으로 제한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따라서 저소득층 중 임대료 과다 지출 가구에 대해 임대료 과다 지출을 지원하는 ‘과다임대료 지원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간 기초법이 안고 있는 미해결 과제에 대해 수없는 고민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고경화 의원은 입법안은 진일보한 안으로 볼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부연구위원은 “고경화 의원이 제안한 기본 방향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깊은 공감을 표현한다. 이는 시대변화에 따른 법과 제도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의원이 제시한 이번 제도가 사회여건의 변화와 빈곤층의 욕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노대명 부연구위원은 “법률안 제출을 기점으로 ‘공공부조제도 개편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 법률안을 구체화하는 후속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윤찬영 교수는 “자활급여의 한계, 공공부조의 특성에 따르는 제도적 모순, 2차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고려 없이 기초법에 대한 하중 부과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것들을 망라한 종합적인 논의 속에서 제도의 개혁과 변천과정의 일환으로 현재의 입법 대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기초법과 같은 공공부조제도는 빈민을 관리, 유지하는 제도이지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 자활정책, 각종 수당제도와 같은 빈곤예방정책 등이 빈곤에 대한 해결책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없는 근본적 해결책을

분명 사회적 위험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사회보장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성장의 균형은 깨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시점에서 고경화 의원이 제안한 자활지원법과 주거급여법 제정 중심의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입법공청회는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에서 과연 빈곤층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실질적 해결책으로 되돌아갈 지 의문이 남는다. 탁상공론이 아닌 삶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그런 제도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더 이상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지는 국민이 없도록 말이다.   글/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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