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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들의 아름다운 선행심장병 어린이 862명에게 새 생명
사랑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정신으로‥
배샛별 기자 | 승인 2010.05.03 15:00

 

작은 상자에 담긴 껌 통 그리고 모금함. 여기에 엷은 하늘색 제복을 입은 택시 기사가 ‘친절’이라는 산뜻한 인사를 건넨다면 그 택시를 주목하길 바란다. 지난 24년 간 심장병어린이 862명의 수술을 도와온 ‘사랑실은교통봉사대(대장 손삼호)’를 소개한다.

운전대 잡으며 소외 이웃 도와
사랑실은교통봉사대(이하 봉사대)는 심장병으로 피어나지 못하고 꺼져가는 어린생명들을 돕고자 뜻을 같이한 47명의 택시기사들이 모여 지난 1986년 2월 창립했다. 80년대 중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된 것이 교통봉사대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당시 신문이나 라디오에서 우리나라 심장병 어린이가 5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놀랐습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힘든 사람들의 자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처럼 운전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 심장병처럼 큰 병을 가진 자식을 염려하고 있다면 자칫 화를 자초할 수 있지 않을까 염려도 생겼죠.”
봉사대는 1987년 10월 전주에서 첫 지방지대를 발대해 자신들의 생계수단인 택시 안에 껌 상자를 설치하여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으로부터 껌을 판 수익금을 모아 심장병어린이의 수술비를 지원해왔다. 그동안 수술을 받은 어린이 중에는 캄보디아 어린이 4명도 포함돼 있고, 이 소식이 인근 태국으로 알려지면서 교민들 중에서도 함께 하는 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현재는 봉사대의 숭고한 뜻에 동참한 전국 대부분 대학병원이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비를 일부 부담하고 있다.
봉사대는 심장병 어린이 돕기 운동 외에도 크고 작은 선행을 해왔다. 어린이 놀이터 환경 개선운동도 그 중 하나다. 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들이 위험하게 도로가에서 뛰노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 봉사대가 이유를 알아봤더니 놀이터 환경이 문제였던 것.
“동네 놀이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아이들이 자꾸만 도로가로 나와 있는 것일까, 궁금했어요. 각 지대 대원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원인을 파악하게끔 했더니 놀이터 시설이나 환경이 너무도 열악했고 이 때문에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봉사대는 즉각 놀이터 청결을 위해 힘을 모았다. 부서진 놀이기구를 정비하고 주변 청소를 하는 등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봉사대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 우선 차 태워 주기, 어버이를 위한 나라꽃 무궁화 달아드리기,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을 통해 사회 곳곳에 사랑을 전해왔다.

화합 그리고 통일 선봉대
작은 택시공간은 다양한 사회 계층들의 희노애락과 시민의 소리를 기탄없이 들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10년 전만해도 영호남의 지역감정은 극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봉사대는 택시 승객들의 의견을 듣다 보니 우리 사회의 지역감정이 큰 문제라고 생각, 지난 1997년 경북 영주에서 발대를 시작으로 지역 사랑 가꾸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경상도 지역의 심장병어린이는 전라도 지역 지부가 나서서 수술시켜 주고, 다시 반대로 도와주는 식으로 영호남 교차 봉사를 했다. 당시 어린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전교생 250여 명이 봉사대로 편지를 보내왔다.
“전라도 아저씨들이 내 친구를 구해줬다. 나는 원래 전라도를 싫어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등, 편지에 담긴 내용은 충격이었다. 봉사대는 국가 미래를 짊어진 어린이들에게 지역감정을 심어 준 기성세대를 개탄하며 국회로 편지를 송부하기도 했다.
지역 사랑 가꾸기 운동을 통해 영호남을 묶었듯, 봉사대는 지난 2007년부터는 우리나라가 통일을 맞게 될 상황을 대비하는 ‘북한 동포 돕기’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남북통일이 되면 분명 그에 따른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민간단체가 미리 준비한다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죠. 북한 어느 지역이든 한곳이라도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통일 후 후유증과 갈등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요.”
이들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1년에는 2002월드컵 우승기원을 위한 전국 카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전국 41개 지역 택시가 서울 시청 앞에 집결했고 그 중에는 배를 타고 건너와야 할 울릉도, 제주도 택시도 있었다. 이들은 일주일에 걸쳐 상암-인천-수원-대전-대구 등을 지나 제주도 월드컵 경기장을 끝으로 카퍼레이드를 마감했다.
이렇듯 봉사대가 실천하는 다양한 활동은 내부 결속력이 그 밑거름이다. 사랑실은봉사대의 창립기념일이기도 한 2월 21일은 그 결속을 다지는 ‘사랑의 날’이다. 대원들 간 우애를 돈독히 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우리 봉사대가 사랑을 실천하고자 결성된 만큼 서로 오해, 갈등으로 빚어진 미움이나 시기는 없어야 한다고 여겨, 우리 자신을 먼저 정화시키고자 만든 날입니다.”

14년간 무연고자 장례식 치러
봉사대의 창립 계기가 된 심장병 어린이 돕기는 점차 활동이 줄어들고 있다. 의학기술 발전 등의 이유로 지금은 심장병 어린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근 봉사대가 더욱 신경을 쏟고 있는 활동은 무연고자 장례식이다.
“언젠가 화장터로 봉고차가 네 개의 관을 싣고 왔어요. 다른 한편에선 사람들이 울며 죽은 고인을 보내는데 반해, 차가 가져온 관들은 그냥 화구로 들어가더라고요. 자세히 알아보니 연고자 없는 죽은 사람을 시에서 처리하는 것이라더군요. 마치 사람이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죠.”
인간은 누구나 고귀한 생명으로 살다가지만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시신이 쓰레기처럼 처리된다는 것을 안 봉사대원들은 지난 1997년부터 무연고자 장례식을 행사해왔다. 이들은 장례식 이후 3년간 제사까지 지내며, 또한 고인을 봉사대의 명예대원으로 위촉시켜 넋을 기린다. 무연고자 장례를 시작으로 봉사대가 품었던 사랑의 나눔은 더욱 확장돼 견고해졌다.
“죽음에 대해 혐오스러운 생각을 많이 가졌는데, 우리 손으로 직접 장례를 치르며 죽음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줌 못되는 가루를 보며 ‘생전에 남을 시기 말고, 좋은 일을 하자’는 다짐이 절로 새겨지더군요.”
손삼호 대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인용하며, 봉사대가 나눌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장병 어린이 돕기가 요람에서라면, 무연고자 장례식은 무덤까지 행하는 나눔인 셈이다.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사랑실은교통봉사대는 대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힙 입어 현재 전국 41개 지대 15431명 대원으로 성장했다.
손 대장은 그동안 가장 큰 성과로 “선행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 착한 사람이 됐다는 것”을 꼽았다. 좋은 일을 한다고 주위의 격려를 받다보니 이제는 좋은 일만 하게 된다는 것.
지난 1996년 강릉지대 문성근 대원은 자신을 희생하고 물에 빠진 어린 아이를 구했다. 손 대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랑실은교통봉사대’가 새겨진 제복을 입은 문 대원이 당시 광경을 바라보던 군중들 사이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고 했다. 심장병 어린이가 수술 도중 수혈이 급한 경우가 발생할 때, 필요한 혈액형을 가진 대원들이 서로 팔뚝을 걷어붙이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 역시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그러나 시간이 돈인 택시기사들이 생업을 제쳐놓고 무료로 봉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사실 우리 대원들 중에 택시 영업으로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운전 이외에 막일을 하거나, 아예 택시영업을 관두는 경우도 봅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도 자신보다 힘든 이웃을 돕기 위해 애쓰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 뭉클할 때가 많습니다.” 
봉사대는 본인들의 작은 실천이 내일에 큰 나눔이 되리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소외된 이웃을 향해 손길을 건네고 있다. 이것은 외부 후원 없이 운영자금을 융통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봉사대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봉사대는 이제 그들이 도운 심장병어린이들이 봉사정신의 뜻을 이어 받아 다음세대까지 전파하길 희망하고 있다. 봉사대가 이루어놓은 훌륭한 업적을 계승·발전시키고 후대와의 공고한 유대 관계를 통해 세상을 향한 이들의 꿈이 욕심에 그치지 않도록 꾸준히 힘쓰겠다고 한다.
“수술을 받은 아이가 완쾌해서 건강하게 크는 것을 볼 때, 따뜻하고 뿌듯한 마음이야 말로 다 표현 못 합니다. 그 아이들이 커서 이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더불어 사는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겠죠.”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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